사회 사회일반

“한직은 옛말” 서울고검 직접수사 확대로 수사역량 강화

권병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3 12:57

수정 2013.11.03 12:57

#지난 2010년 건축업을 하는 A씨(45)는 양어머니인 B씨(74)를 상대로 9200만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냈다. 받을 돈이 없는데도 억지로 낸 거짓 소송이었다. 억울한 소송을 당한 B씨는 소송사기 혐의로 A씨를 고소했지만 사건을 맡은 검찰은 A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B씨는 이듬해 11월 다시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고검의 재수사 결과 A씨는 소송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 내 한직으로 인식되던 고등검찰청(고검)이 최근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검은 항고사건의 처리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각종소송, 범죄인 인도 등의 업무를 주로 처리하는 곳으로 직접 수사를 맡는 지방검찰청이나 전국 검찰청을 지휘하는 대검찰청과 비교해 편한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고검 내 형사부 검사는 항고사건만 검토하고 송무 담당 검사는 정부 부처 소송 담당자가 올려보낸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고검이 이런 항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수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수사를 확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서울고검(검사장 임정혁)은 4일부터 3개의 '직접수사 전담검사실'을 설치해 일선 청의 수사가 잘못돼 재수사가 필요한 경우 직접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전담검사실은 사법연수원 21기부터 23기까지 20년 이상 검사 생활을 거친 베테랑 검사(부장검사)들이 맡으며, 각 전담검사실에는 3~4명의 수사관이 집중 배치된다.

또 일반검사실도 '1검사, 1수사관' 또는 '2검사, 1 수사관'을 배치해 직접수사를 원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고검은 항고 사건의 경우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사인력 부족으로 다시 일선 청으로 돌려보내 재수사를 맡도록 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나 일선 청에 재수사를 다시 맡길 경우 검사의 사건파악, 수사 후 고검승인 요청, 고검의 승인 결정 등 제반 절차를 거치는데만 3개월 이상이 소요돼 항고인 등 사건 관계인들의 불만이 높았다. 재수사를 맡게된 일선 청 역시 업무부담이 늘어나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고충을 겪었다.


이런 여러가지 부작용 때문에 고검은 그동안 수차례 직접수사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고질적인 인력부족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랜 논의 끝에 올해 들어서야 결실을 보게 됐다.

서울고검 조은석 형사부장은 "일선 청에서 수사에 불복해 항고한 사건을 고검에서 직접수사하는 것은 항고 취지에도 맞는 것"이라며 "그동안 고질적인 인력부족으로 직접수사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전담검사실 신설로 최소한의 인력으로 신속한 직접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고검은 직접수사 전담검사실의 운영결과를 분석·보완한 후 전국 고검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대검찰청에 건의하기로 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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