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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TPP 참여 적극적으로 임해야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16 16:51

수정 2014.10.31 10:19

[여의나루] TPP 참여 적극적으로 임해야

지난달 29일 정부가 처음으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을 표명하고 이어서 지난 3일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진행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활용해 관계국들과 예비양자협의를 진행함으로써 이제 TPP는 한국의 중요 통상현안으로 떠올랐다. TPP는 2005년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이 모여 2015년까지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협상이다.

창설 초기에는 그다지 부각되지 못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었지만 2008년 미국의 참여 선언으로 주목을 받게 되고 이어 아베 정권의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게 되면서 큰 무역라운드가 됐다. 현재 TPP에 참여한 12개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8%, 전체 교역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향후 주요 선진국과 개도국이 고루 참여 중인 TPP에서 제정할 무역규범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발표 이후 TPP 가입에 대한 찬반과 가입 시기에 대한 엇갈린 여론들이 있다.
살펴보자면, 정부가 그동안 협상 참여로 방향을 정하고도 '협정출범멤버' 입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틀이 다 만들어진 후에 참여할 것인가 참여 시기를 놓고 시간만 끌다 주도적 입장의 기회만 놓쳤으니 이제라도 신속한 절차를 취해야 한다는 TPP 조기참여 주장이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TPP에 참여한 12개국 가운데 이미 8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우리나라 입장에서 볼 때 TPP 참여는 사실상 일본과의 FTA 협상과 다름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과 최근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효과까지 감안해볼 때 현 시점에서 우리의 TPP 참여는 사실상 실익이 없어 보이므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제조업이 적극 찬성을 보였던 한·미 FTA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겠지만 TPP 참여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효과보다도 '역내 공급체계'에 들어간다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TPP 체결 시 원산지 규정에 따라 역내에서 거래하는 원자재는 국산으로 인정돼 관세 혜택을 받지만 만약 한국이 TPP에서 빠지면 일본 중심으로 공급체계가 형성돼 우리 제조업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다음 일본과의 문제는 2개의 FTA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한.중.일 FTA와 동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그것이다. 설사 두 협상이 TPP만큼의 포괄적 개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협상에서도 충분히 많은 품목을 일본에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초기부터 TPP가 자국을 포위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전략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중국과의 관계다. 최근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국면 속에서 한·중 관계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걱정도 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미국과 FTA 전 단계인 투자협정(BIT) 협상을 하고 있고, 언제든 원하면 TPP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많은 통상 전문가의 견해다. 중국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면서 우리의 실리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경제개발 초기 성공적인 대외지향적 수출 주도의 개발전략을 채택했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대 들어와 적극적인 대외경쟁을 도입해 산업경쟁력을 높였다.
2000년대 들어와서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해 세계 7대 무역국가로 발돋움하는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동북아 3국 중 미국, 유럽연합(EU)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모든 개방이 성공을 보장할 수 없지만 개방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생각하면서 TPP 협상에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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