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월드리포트] 日 소매점과 온라인 매장 전쟁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0 17:20

수정 2014.10.31 09:05

[월드리포트] 日 소매점과 온라인 매장 전쟁

온라인 통신판매가 증가하면서 대형 백화점에서 여유있게 쇼핑을 즐기던 시대는 사라져버린 것 같다.

일본의 백화점과 서점, 가전제품 판매점, 식품점들이 줄줄이 경영부진을 겪고 있다. 바로 온라인 통신판매 때문이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손쉽고 간단히 주문할 수 있으며 종업원의 급여와 가게의 임차료도 필요 없는 만큼 상품도 저렴하다. 많은 소비자가 실제로 가게에서 상품을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이러한 흐름을 대담하게 도입한 기업이 있다.
유명한 의류제품 통신판매회사인 조조타운(Zozotown)은 금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웨어(Wear)'로 소매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가게를 방문해 의류에 붙어 있는 바코드에 이 앱을 실행하면 사진을 통해 의류의 착용 방법을 알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옷을 구입한 일반인의 착용 사진도 있다. "이런 착용 방법도 있구나! " "이런 구두와도 어울리겠다" 등의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바코드를 입력해 두면 나중에 옷이 필요할 때 간단히 주문할 수 있다. 이 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의류 메이커도 나타났다. 이미 200개 브랜드가 가입했고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브랜드와 소매점 측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코드 스캔 기능을 사용해 가게에서 본 상품을 최종적으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 가게는 쇼룸으로 전락하고 운영비만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의류가게의 임차료는 일반적으로 매출에 비례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면 임차료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웨어'는 건물주들의 큰 반발이 커지자 허가된 시설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지금은 파르코와 같은 젊은층 취향 의류 백화점이 웨어를 도입했고 내년 4월까지 시부야, 이케부쿠로, 나고야, 지바의 4개 점포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한다.

가게의 쇼룸화는 의류뿐만 아니라 도서와 가전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판매 영향으로 가전양판점 대기업 야마다전기는 금년 250억엔에 달하는 거액의 적자를 기록했다. 양판점에서 제품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스타일이 소비자들에게 침투해 있어 점포 판매는 감소 일로를 걷고 있고 가전 매장들은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직면했다. 야마다전기는 가전과 주택을 세트로 판매하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서점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본 전국의 서점 수는 줄고 있다. 어느 조사에서는 2000년에 전국 2만1654개였던 서점 수가 올해 5월 1만4241개로 34%나 감소했다. 최근 폐점한 유명 서점 매니저는 고객들이 서점의 변화를 기다려주지 않았던 것이 감소의 이유라고 말했다. 서점이 도매업자에게 책을 주문해도 도착하는 데 1주일 정도 걸린다. 반면에 독자적인 물류기지를 정비한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서점은 지역에 따라 당일 배달도 가능하다. 더욱이 온라인에서는 신간 서적이 중고책 가격 수준으로 저렴하게 판매된다.

경제력이 있는 서점은 반대로 온라인 판매보다도 책을 손쉽게 고를 수 있는 대형 서점을 잇달아 열고 있으며 그 수는 매년 2배 증가하고 있다. 오사카는 대형 서점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표적인 곳이다. 스탠더드 북스토어에서는 구입하기 전의 책이라도 지하 1층 카페에 가져가 커피나 음식을 먹으며 읽을 수 있다. 올해 4월에 개점한 기노쿠니야 서점은 6층 건물에 쉴 수 있는 의자를 여러 군데 설치했으며 커피 체인 스타벅스도 분점을 열어 매장 안에 고객들이 오래 머무르게 만들었다. 또 가족동반 고객을 의식해 그림책이나 인형도 판매하고 있다.

부근에는 지하 1층, 지상 7층인 일본 최대 서점 마루젠도 있다.
마루젠은 책 약 200만권에 특히 전문서적이 많은 점을 자랑한다. 통신판매로 인한 손실을 입지 않고 고객들도 줄어들지 않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일본의 소매점과 온라인 매장과의 전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gomi42@fnnews.com 고미 요지 도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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