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월드리포트

[여의나루] 민영화는 나쁜 것인가?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2.26 17:41

수정 2014.10.30 19:19

[여의나루] 민영화는 나쁜 것인가?

코레일 노조의 파업으로 기업과 국민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코레일은 자회사를 만들어 KTX 수서발 새 노선에 투입해 기존 코레일의 KTX와 경쟁체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철도 파업에서 핵심 논쟁은 민영화다. 노조는 민영화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 설립을 절대 반대하고 정부도 민영화는 안 한다고 한다. 양측 모두 민영화는 나쁘다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는 것 같다. 그러면 정말 정부나 공기업은 효율적이고 민영화는 나쁜 것인가? 사실 비효율은 정부나 공기업이 민간 기업에 비해 훨씬 심하다.
민간 기업은 끊임없이 경쟁한다. 소비자 수요변화에 맞추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높이며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공기업은 비효율이 많아도 망하지 않는다. 대부분 독과점 지위를 갖고 있어 경쟁 압력이 별로 없다. 사실상 주인이 없어 챙기는 사람이 없다. 공기업 사장, 감독기관인 공무원, 국회, 누구도 주인이 아니므로 자기 재산같이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부채가 많고 적자가 크더라도 도산하지 않는다. 공공성을 이유로 적자는 정부가 메워주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자체 공기업의 부채는 2008년 337조원에서 2012년 566조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코레일의 경우 부채가 17조600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435%에 이른다. 2005~2012년 4조3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고도 매년 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강원도 모 구간의 경우 연간 수입이 8900만원인데 인건비 등 비용은 16억8000만원으로 비용 대비 19배에 이른다. 공기업들은 적자에도 임금과 복지후생 등을 해마다 올리고 있다. 이것은 챙기는 주인도 없고 경쟁, 도산의 압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기업이 민간 기업에 비해 비효율적인데도 많은 국민이 민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로 민영화하면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한다.

공공 서비스에 따라 민영화 이후 관련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 이유는 그동안 공기업에 주던 각종 보조금 등을 민영 기업에는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절약되는 보조금이 가격인상보다 크면 국민 전체적으로는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예컨대 매년 1000억원의 보조금을 주면서 운영하던 공기업을 민영화해 민간기업이 가격을 올려 700억원의 소비자 부담이 늘어났을 경우 1000억원의 보조금이 절약돼 국민 전체적으로는 300억원의 이익이 생긴다. 만일 민영기업에 700억원의 보조금을 주어 가격인상을 억제하면 소비자 부담 증가 없이 3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

공기업 노조는 민영화를 반대하기 위한 명분으로 민영화되면 관련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집중 선전한다. 공기업 노조는 현재 비효율이 많아 민영화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자신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민은 관련 가격 인상 얘기는 실감나지만 민영화로 인해 절약되는 국고 지원은 잘 인식이 안 돼 노조 주장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코레일 노조가 민영화도 아닌 자회사 형태의 경쟁체제 도입에 극력 반대하는 이유는 경쟁을 통해 현재 비효율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지하철은 1~4호선과 5~9호선을 분리해 2개 회사로 경쟁시켜 경영상태가 대폭 개선됐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 구조가 독점적이어서 민영화 이후 독점의 폐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민영화에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민영화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참고로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은 이미 철도가 민영화돼 있다. 인류는 공산주의의 국가통제보다 시장경제에 의해 발전해 왔다.
공기업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쟁과 주인정신 등 시장의 압력이 때로는 필요하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