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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새해의 경제정책 운영기조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8 17:08

수정 2014.10.30 17:42

[fn논단] 새해의 경제정책 운영기조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경제를 자동차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가 나쁠 때는 액셀을 밟아 속도를 올려 경기를 진작시키고, 경기가 가열되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떨어뜨려 경기하강을 유인하려고 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잘 구사해 경제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것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가 2014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설정하고 26조원의 재정적자를 내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마중물(Stimulus)을 계속 부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6조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예산 총액의 7.2%에 달하는 금액이다.


마중물을 계속 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좋은 정책일까.

정부가 경제운용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은 케인스의 아이디어였다. 경제가 때때로 공황에 빠지는 것은 유효수요 부족 때문이므로 경제가 공황에 빠질 때 정부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정부의 시장개입에 반대해온 것을 보면 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그 이후 케인스의 아이디어는 케인스파 학자들에 의해 정교한 계량모델로 만들어졌고 정부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경제를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케인스파 이론이 허구로 들어난 것은 1970년대였다. 밀턴 프리드먼은 케인스파의 주장대로 경제를 운영하다간 인플레이션과 경기하강이란 두 가지의 상반되는 실패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언했고 그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케인스파 이론은 경기진작에는 효과가 좋았지만 경기과열을 약화시키는 데는 약효가 잘 먹히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탄생된 것이다.

또한 케인스파의 이론이 케인스의 이론이었느냐는 것도 의문이다. 케인스는 공황과 같이 경제가 급속히 몰락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경제가 정상화됐을 때도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평상시에는 고율의 소득세, 상속세를 통해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으로 재분배하면 유효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공황이 다소 진정됐던 1937년에 마중물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바도 있다.

지금 우리의 경제 사정은 어떠한가. 가계부채 1000조원, 공공기관 채무를 포함한 국가채무 1400조원에 달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의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0% 정도에 달하고 있는 위험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속 마중물을 붓겠다는 것은 타당한 정책일까. 현오석 부총리는 "앞으로 경제성장률을 세계평균보다 높게 가져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경제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적자예산을 편성하면 성장률은 올라갈 것이다.

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세계평균보다 높아야 할까. 우리 경제는 올해에 1인당 GDP 2만5000달러를 초과하게 된다. 경제가 성년국(Matured economy)으로 변해 갈수록 성장 잠재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성장의 초기에는 값싼 노동력 등 자원을 동원만 해도 성장은 이뤄진다. 하지만 성년국 경제는 제도 개선, 기술력의 발전 등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지 않으면 성장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기초체질을 다지지 않고 마중물을 부어 인위적인 성장을 하겠다는 것은 낡은 케인스파의 사고를 아직 버리지 못한 것 아닐까.

또 하나의 질문은 과연 마중물 26조원으로 3.9%의 성장이 달성될까 하는 것이다. 지난해 2.9%의 성장을 위해 추경을 통해 23조원의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성장 목표에 치중하다 보면 정부 부채는 더욱 악화된다. 지난해 말 현 부총리는 부채가 많거나 복지지출이 과다한 공공기관의 공관장에게 부채를 줄이지 않으면 임기와 상관없이 기관장을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공기관뿐 아니다. 정부도 부채를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곧 세계 최고령사회가 된다. 시급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기 정책을 쓸 시간이 없다.

김의기 법무법인 율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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