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3) “교도관은 ‘부패와 악의 화신’이 아니에요”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15 17:41

수정 2014.10.30 15:28

강원도의 한 교도관인 A교감(경찰의 경감에 해당하는 교도관 계급)은 지난 2012년 옛 친구에게서 들은 말 한마디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시절 친구는 그를 보자마다 대뜸 "오늘은 네가 술을 사라"고 말하더니 "감방에서 담배 몇 개비만 팔면 되지 않느냐"며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의 농담이기에 차마 화를 내지는 못했지만 그날 저녁 내내 A씨의 마음이 불편했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싶었지만 일반인들의 선입견 역시 그 친구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오히려 불편한 기색을 숨기느라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관련기사 ☞ 기획연재 [대한민국 빛과 소금,공복들]

현직 교도관들은 국민이 교도관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주요 이유로 '영화'를 꼽고 있다. 영화관이 '기피장소 1위'라고 말하는 교도관도 있다.
각종 영화에서 교도관들이 마치 '부패와 악의 화신'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흥행을 일으킨 '7번방의 선물'에서 배우 정진영씨가 맡았던 역할처럼 비교적 호의적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에서 교도관의 이미지는 좋지 않게 그려진다. '재소자에게 담배를 팔아 돈을 번다'는 좋지 않은 선입견이 번진 것도 영화의 역할이 컸다. '쇼생크 탈출' 같은 영화에서 교도관은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고 재소자의 노동력을 착취해 돈을 버는 구제불능의 악당으로 그렸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교도관 B씨는 "몇몇 영화에서는 단역까지도 나쁜 교도관들뿐"이라면서 "어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교도관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오면 옆에 앉은 가족이나 지인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영화에서처럼 수용자들에게 담배 등 금지물품을 팔아 치부한 교도관이나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는 교도관은 '별종 중에서도 별종'으로 전국에 한두 명 있을 정도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도관들은 영화관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된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견해다. 교도관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영화가 개봉되면 한동안 친지나 지인과의 만남을 일부러 피한다는 현직 교도관도 있었다.


C교도관은 "영화 '집행자'(주연 윤계상)가 개봉됐을 때에는 '너희 교도소도 사형장 있냐' '넌 사형집행 몇 번이나 했냐"라고 묻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명절에도 친지나 이웃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99.9%의 교도관은 어떤 직렬의 공무원보다 교정공무원의 청렴도가 높다"가 전했다.


그는 "징역 아닌 징역살이를 하면서도 이런저런 오해에 시달린다"며 "처우개선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교도관에 대한 국민의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장용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