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월드리포트] 중국인과 불꽃놀이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4 17:27

수정 2014.10.29 18:18

[월드리포트] 중국인과 불꽃놀이

중국의 새해는 불꽃놀이와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파원 부임 후 처음 맞는 중국의 춘제(설) 연휴기간 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밤부터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굉음을 내는 폭죽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놀이다. 불꽃놀이의 기원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화약을 개발한 중국은 7세기 초 수나라 양제 때 이미 원시적인 형태의 화약이 있었다고 한다.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가 전래되고 있는 중국 광시성 동족의 경우 위·촉·오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삼국시대에 제갈공명이 이곳에 와서 마을과 마을의 단결을 강화하고 우정을 다지기 위해 불꽃놀이를 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송나라 휘종 때인 1110년에 군 행사의 일환으로 대규모 불꽃놀이가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만큼 중국의 불꽃놀이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새해 희망과 복을 기원하는 중국인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불꽃놀이가 최근 들어선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불꽃을 쏘아 올릴 때 발생하는 매캐한 화약 연기가 '스모그'의 원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중국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징시는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불꽃놀이 세트 판매량을 줄이고 오염이 심각할 경우 금지령까지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베이징시는 폭죽 및 불꽃놀이 세트 소매업체 수를 지난해보다 12% 감소한 1178개로 줄이고, 올해 처음으로 각 소매업체들에 불꽃놀이 세트 5상자 이상을 구입하는 구매자의 신원과 전화번호를 기록하도록 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판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춘제 연휴기간 중 대기오염 지수가 주황색 또는 적색 경보가 내려지면 불꽃놀이 금지령을 내리겠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중국 전역에서 벌어진 폭죽놀이 때문에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대기오염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등 골치를 앓아야 했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불꽃놀이 행사가 가장 많이 열리는 춘제 바로 전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8시부터 당일인 31일 새벽 1시까지 폭죽놀이로 전국에서 총 1047건의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졌다. 베이징시의 경우 폭죽을 터트리고 남은 쓰레기 41.57t을 수거했는데 이는 지난해 43t보다 줄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이 기간에 공안과 소방 당국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18만명이 비상 근무를 하고 4000여대의 소방차를 배치했지만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폭죽놀이에 따른 사고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춘제 연휴기간(7일)에는 총 6597건의 화재가 발생해 36명이 숨지고 5800만위안(약 101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이 기간에 밤새 이어진 폭죽놀이로 전국 161개 도시 중 128곳이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렸다. 지난달 31일 오전 1시를 기준으로 128곳에서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1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25㎍/㎥)를 6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구이린, 선양, 주저우, 취저우, 시안 등 80개 도시의 PM 2.5 농도는 250㎍/㎥를 초과해 '엄중오염' 단계에 이르렀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14일까지 보름 동안 폭죽 소리가 악귀와 액운을 몰아낸다고 믿고 폭죽놀이와 불꽃놀이를 즐기면서 건강과 복을 기원한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베이징 사람들은 춘제기간에 불꽃놀이를 가장 즐긴다"며 "이를 위해 가구당 적게는 몇천위안에서 몇만위안까지 폭죽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액운을 쫓고 복을 기원하기 위해 한국 돈으로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까지 적지 않은 돈을 폭죽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새해맞이 불꽃놀이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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