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NPE는 혁신中企 성장 토양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19 17:01

수정 2014.10.29 16:17

[특별기고] NPE는 혁신中企 성장 토양

#1. 2014년을 사는 우리에게 이제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특허괴물은 특허의 관리, 즉 특허소송이나 로열티 협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특허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ies)를 일컫는다. 글로벌 특허 전문회사가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상대로 수조원에 달하는 특허 로열티를 요구하기 시작하자 2009년 정부는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토종 특허전문회사를 설립했고 2012년에는 산업은행 주도로 IP펀드가 출시되기도 했다. 특허 전문회사에 대한 우리의 정책 방향은 여전히 방어적이다.

#2. 2012년 겨울 류현진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다년 계약에 약 4000만달러에 이르는 대우를 보장받았다.
물론 류현진 선수는 2013년 시리즈에서 자기의 몸값이 거품이 아님을 증명해 보였다. 류현진의 미국 입성을 성사시킨 인물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스콧 보라스다.

특허 전문회사를 떠올리면 스콧 보라스의 이미지가 스쳐간다. 우리나라의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스콧 보라스 같은 특허 전문회사를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요새 유행어인 대박이 될 것이다. 특허 전문회사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지식재산이라는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고 개인의 아이디어나 특허 등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발명 자본주의(invention capitalism)'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특허 전문회사의 긍정적 측면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특허소송을 걸어오면 대법원까지 사건을 질질 끌면서 중소기업의 진을 빼놓는다. 더군다나 특허소송 진행 중에 오히려 특허권자의 등록특허가 무효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는 제자리를 잡을 수 없다.

변리사는 혁신을 도와 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변리사로서 여태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우리 기업들에서 혁신성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것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또 보호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 전문회사 활성화는 우리 젊은 인재들의 재능을 밖으로 표출시킬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 특허 전문회사의 활성화가 되겠다. 기업의 창업지원 정책이 현재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 이후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진정 혁신으로 나아가고 산업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산업 구조로 재편하고자 한다면 우선 수많은 특허 전문회사의 창업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 특허 전문회사를 창업하도록 장려하고 관련 법규도 특허 전문회사의 활동이 보장되도록 개정돼야 한다. 특허 전문회사가 눈을 부릅뜨고 우수 기술을 발굴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에서 혁신적 중소기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계약 관계도 상당 부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특허 관리회사 활성화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특허 관리회사의 국내기업 공격에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과정이다.
지난 시절 스크린쿼터 폐지나 일본문화 개방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얼마나 논쟁했는가. 지금 돌아보면 좀 더 일찍 개방했다면 우리 문화가 세계로 더 뻗어나갔을 것이라는 후회가 되지 않는가.

전종학 경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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