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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설문조사 왜 하십니까?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1 17:22

수정 2014.10.29 15:07

[기자수첩] 설문조사 왜 하십니까?

"무기명 조사여서 리스트는 따로 없습니다."

얼마 전 코스닥협회는 코스닥상장사 63%가 올해 직원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자료를 보고 정확한 기사작성을 위해 채용을 늘리는 상장사가 어디인지 물었을 때 코스닥협회가 내놓은 답변이다.

조사 내용은 그럴싸하다. 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장사 300곳 중 189곳(63%)이 올해 인력을 채용했거나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채용 예정법인의 75%는 신입과 경력 사원 모두를, 11%는 경력직만 채용할 방침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상장사는 101곳(34%)이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채용 계획을 늘린다는 자료는 30여개 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하지만 조사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신빙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코스닥협회는 회원사들에 인력을 늘릴 건지 여부에 대해 '예, 아니오' 식의 투표를 무기명으로 진행한 것이다. 채용을 늘린다는 사실은 있지만 어떤 기업이 얼마만큼 늘리는지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보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채용을 늘릴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보다는 '예'라고 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응답자들은 '선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기명으로, 채용인원도 밝히지 않은 기업은 자기들의 발언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없다. 속된말로 채용한다고 해 놓고 안 뽑아도 비판이나 지적받을 근거가 아예 없다.


설문 응답률도 30%에 불과하다. 1000개가 넘는 상장법인 중 300개 기업만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기업 채용에 대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중소기업 키우기 분위기에 편승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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