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민노총의 명분없는 총파업

김용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2.26 17:00

수정 2014.10.29 13:20

[특별기고] 민노총의 명분없는 총파업

또 파업인가? 지난 25일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의 명분을 이해할 수가 없다. 파업의 명분은 박근혜 정권 퇴진과 민영화 저지였다. 선거로 정권을 선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정권 퇴진 운동인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과반수는 당신들보다 열등한 시민으로 보이는가. 파업으로 초래될 불편과 불이익을 왜 그분들이 겪어야 하는가. 이번 파업에 '국민'파업이란 이름을 달지 말라. 5000만 국민 중 몇 명이 이 파업을 지지했을지 의문이다.

파업의 또 다른 명분이었던 민영화 반대도 납득할 수 없다. 철도는 민영화를 안 한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말하고 있는데 계속 민영화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의료민영화라는 것도 그렇다.
국공립을 빼고는 모든 병원이 민간 의사들 소유인 나라에서 뭘 민영화하지 말라는 것인가. 원격진료나 병원의 부대사업 허용 등 새로운 의료정책에 대해서 논쟁을 벌일 수는 있지만 총파업의 이유는 될 수 없다. 참고로 필자도 이 정권의 경제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 철도 민영화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공기업 개혁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복지지출 늘리느라고 중앙정부는 부채를 늘리면서 공기업과 지자체한테만 빚이 많다고 호령이니 말을 들을 리 없다.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놓겠다면서 성장에 성공한 기업은 벌을 주고 있으니 기업이 크고 싶어할 리 없다. 그래도 퇴진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5년마다의 대통령 교체는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이니까 그렇다. 민영화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다음 대통령 후보를 기다리는 것이 민주시민의 기본 규칙이니까 그렇다.

물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어떤 국민이든 정권 반대투쟁을 벌일 수 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한다. 정치활동은 퇴근 후, 회사 밖에서 하는 것이 직장인의 의무다. 근무시간에 정치투쟁을 벌이는 것은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근무시간에도 그런 일을 하고 싶으면 퇴직을 하고 정당이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일하고 싶은 노동자들이 취직이라도 할 수 있다.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것인 만큼 공권력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파업 지도부는 노동에 대한 탄압이고 독재라며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은 독재도 아니고 탄압도 아니다. 정부가 불법행위를 방치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다. 법을 집행하는 것은 국가다운 국가의 기본이다. 국가의 법집행에 따르는 것은 국민다운 국민의 기본이다.

이번 기회에 노동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꼭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경제의 주인은 소비자다. 노동자들이 아니다. 모든 경제 권력은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와야 한다. 무엇을 누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돼야 한다. 노동자든 자본가든 소비자의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 진짜 경제민주주의고 제대로 된 경제다.

소비자가 아니라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은 국민을 힘들게 한다. 제품의 품질은 낮아지고 원가는 높아져서 5000만명 소비자는 고통을 겪게 된다.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 파업이 판치는 세상은 180만명 노조 가입 노동자를 위해 5000만명 소비자가 희생 당하는 세상이다. 노동자들이 주인인 것처럼 되는 정치 파업은 국민 생활에 해로울 뿐 아니라 정당하지도 않다.

국민을 위한다면 이러한 파업은 안 된다.
파업에 쓸 시간과 에너지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사용하라. 그리하여 품질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공급해 달라. 수출을 열심히 해서 일자리도 늘려 달라. 그것이 5000만 국민, 5000만 소비자를 위해 노동자들이 할 일이다. 세상 위에 군림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봉사하는 노동자의 시대를 기다린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프리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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