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금융회사 경영권 승계방식 이젠 고치자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06 17:31

수정 2014.10.29 06:17

[특별기고] 금융회사 경영권 승계방식 이젠 고치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오랜 시간을 두고 최고경영자(CEO) 후보들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GE의 전임 회장 잭 웰치는 자신의 임기가 7년이나 남은 시점인 1994년 6월 이사회로 하여금 CEO 후보군 23명을 선발토록 한 이후 무려 6년5개월에 걸친 교육 훈련과 직무수행 능력 평가를 거쳐 2000년 11월 제프 이멜트를 자신의 후임자로 결정했다. GE의 이런 경영권 승계 과정은 업계의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특히 GE의 경영권 승계가 전적으로 경영진의 자발적인 노력과 헌신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지배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승계해야 하는 대부분의 금융회사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몇 년에 걸쳐 대형 금융지주회사 회장의 선임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조직 내부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었고, 그에 따른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 문제가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핵심 이슈가 되어버렸다. 정부도 경영권 승계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마련,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 금융회사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데는 사회문화적 영향도 크다. 우리나라는 어떤 조직에서건 전통적으로 2인자를 양성하거나 2인자의 등장을 용인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CEO의 불안감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에 후계자를 선발하고 체계적으로 양성·검증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금융회사에서는 기존 CEO의 임기 만료 직전에 후보자 선발 공고를 내고 급조된 추천위원회에서 두어 차례 면접을 통해 후계자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이런 방식은 후보자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마저도 훼손되기 일쑤여서 지배구조 전체의 신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에도 CEO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진행되기보다는 감독당국의 징계 등 결격사유 발생이나 내부 갈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후진적인 경영권 승계 문화는 조직에 많은 폐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경영권 승계는 단순히 CEO의 권한만 승계하는 것이 아니라 면면히 이어져 온 기업문화와 경영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바탕으로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문화적 환경의 차이로 GE와 같은 경영권 승계 문화는 갖지 못하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영권 승계가 조직 내부의 갈등과 분열의 단초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홍달 우리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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