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월드리포트] 악재에 빛바랜 중국 전인대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3.14 17:14

수정 2014.10.29 03:44

[월드리포트] 악재에 빛바랜 중국 전인대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함께 열리는 '양회(兩會)'의 역사는 과거 마오쩌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는 입법권과 인사권 등을 보유한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이며 정협은 정책자문기구로 중국 각지의 대표들이 참석해 그들의 이해와 요구사항을 전인대에 제출하게 된다. 먼저 출범한 정협이 입법 권한을 행사했지만 지난 1954년 전인대가 출범하고 마오쩌둥이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면서 전인대는 명실상부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새 지도부가 처음으로 맞는 전인대라 향후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양회 바로 직전에 발생한 쿤밍 테러 사건에 이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실종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은 양회보다는 이들 사건에 집중됐다.

지난 1일 여행객들이 모이는 윈난성 쿤밍 철도역 광장에 검은색 복면을 한 괴한들이 40㎝가량의 칼을 들고 철도역 매표창구 등에 들이닥쳐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29명이 숨지고 14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 소식과 함께 당시 처참한 상황을 찍은 사진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속속 올라오면서 중국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3일 정협 개막식에서 지난 1997년 사망한 덩샤오핑 추모 묵념 이후 처음으로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이 실시됐다. 특파원 부임 이후 처음으로 전인대가 열린 5일 인민대회당을 찾았을 때도 무거운 묵념 의식과 함께 개막식이 열렸다.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공작보고)를 통해 테러에 대한 강경방침과 함께 시장의 예상을 깨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제시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속하며 아직도 사회주의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발전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건"이라며 성장의 목적이 도시 및 탈농업노동력의 일자리 창출과 이를 통한 소득 증대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 증시는 하락했다. 리 총리가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장 기조 유지를 분명히 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성장을 위한 보완대책, 테러 방지대책, 스모그 개선대책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소조 및 분과별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쿤밍 테러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베이징을 향해 이륙한 보잉 777-200 여객기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중국 관영방송인 CCTV 등 매체들은 양회 소식을 접고 여객기 실종 사고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사고의 최종 목적지가 베이징이고 전체 탑승승객 277명 중 3분의 2가 넘는 154명이 중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외신들이 여객기 실종의 원인으로 테러에 의한 공중폭발 가능성을 제기하자 중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째가 됐지만 아직 잔해조차도 찾지 못하면서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다.

양회 기간에 발생한 두 건의 대형사고로 양회는 예년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전인대 폐막식 후 내외신 기자회견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리 총리는 화려한 언변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지만 2시간여에 걸친 회견 치고는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사고와 최근의 중국 경기지표는 리 총리의 주장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만큼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성장률 목표는 7.5% 좌우일 뿐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하는 등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특파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