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기회의 땅, 러시아]

‘빗장 푼’ 러시아 경제.. 옛 공장 허물고 첨단기업 유치

【 러시아(모스크바)=이정은 박소연 기자】 "전기 및 환기 시스템 등 인프라가 완비돼 있고 공간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최근 러시아 신소재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제품 수요도 매년 5~10% 증가하고 있어 생산 라인 확장을 앞두고 있습니다."(러시아 탄소섬유 업체 컴포지트의 오트드라노프 안드레이 모스크바 본부장)

모스크바가 도시재생 사업과 첨단산업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섰다.

과거 공장 밀집지역을 허물어 버리는 대신 깔끔한 외관 디자인으로 포장하고 이곳에 첨단 기술기업 등을 유치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시 중심에는 옛 소련 시절 모스코비치 자동차공장을 재생한 '테크노폴리스 모스크바'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유리한 입지적 조건 외에도 전기와 용수 등 맞춤형 인프라, 세제혜택 제공 등으로 현지 및 해외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확바뀐 투자환경, 외국 첨단기업에 손짓

지난 27일 방문한 '테크노폴리스 모스크바'는 한창 가동 중이었다. 입주 기업들은 10년 이상 장기임대 계약을 통해 전기와 용수 등 기본 인프라를 제공받고 있다. 지난해 입주했다는 한 신소재 업체 관계자는 "테크노폴리스 외부에서는 전력 1㎾를 공급받기 위해 700달러가량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체 90㎿급 전기와 물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고르 이센코 테크노폴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이곳은 '플러그 앤 플레이(꽂아서 바로 사용한다는 뜻)' 개념으로, 어느 누구라도 와서 바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은 모스크바시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옛 소련 시절 모스코비치 자동차의 생산현장에서 첨단 산업단지로 변신한 것이다.현재 이곳을 포함한 모스크바 남부의 '사우스포트'라 불리는 옛 굴뚝산업단지들은 하나둘 첨단기업을 유치 중이다. 테크노폴리스에 입주하는 주요 기업군은 신소재, 의료.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ICT) 등이지만 실제 산업군과 상관없이 '발전된 기술'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이면 입주 가능하다.

입주 기업들이 말하는 테크노폴리스의 최대 장점은 세제 혜택. 평균 20%인 지방세가 이곳 입주기업들에는 15%로 낮아진다. 관세는 똑같이 지불하지만 통관이 신속하다는 이점도 있다. 공장 건설 등 사업에 필요한 정부 허가 절차도 단순화시켰다. 또 러시아 정부의 저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레일라 알리에바 테크노폴리스 부대표는 "모스크바 내 은행 대출 평균 이자가 11.5~12% 수준인데, 이곳 입주기업들은 8.5%만 물면 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내 첨단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모스크바 내에 입주한 한국 LED업체 파워풀의 LED조명등 생산현장.

■산업단지 클러스터, 러시아 경제부흥 촉진제 될까

최근 크림반도 사태를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는 올해 '제로' 성장률이 거론될 만큼 위축된 상황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시 정책 결정자들은 이 같은 경기 위축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크림 사태가 정치적 사건인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러시아 정부가 미래 외자 유치 모델로 선정한 최첨단 기술산업단지들은 점차 호응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2005년 제정한 '특별경제구역(SEZ)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6개 SEZ는 이후 10년 만에 24개 구역으로 증가했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단지는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스콜코보 혁신단지'다. 2010년 3월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국가산업현대화정책 핵심사업이다.

사업분야는 우주.통신, 의료, 에너지 효율화, IT, 원자력으로 2011년 핀란드 노키아, 미국 시스코, 보잉,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입주를 결정해 주목받았다. 또 전자.나노.바이오 기업이 주로 입주해 있는 젤레노그라드 산업단지도 손꼽힌다.
젤레노그라드는 2005년 모스크바 시정부 산하 클러스터로 지정됐다가 2007년 SEZ로 승격했다. SEZ는 관할이 지방정부에서 연방정부로 바뀌면서 소득세 및 연방세 감면 혜택 수준도 커졌다. 모스크바 시 산업단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미하일 안 과학.산업정책 및 기업진흥부 차관은 "모스크바와 러시아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스크바 내 산업단지인 스콜코보, 젤레노그라드, 테크노폴리스의 상호 연계를 더욱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vcess@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