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석유의 나라, 중동에 부는 원자력 바람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06 17:00

수정 2014.10.28 20:14

[특별기고] 석유의 나라, 중동에 부는 원자력 바람

최근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원전 2기를 도입하겠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이미 원전 1기를 운영 중인 이란은 매장량 4위, 생산량 6위의 석유부국이다. 석유 생산량 1위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신규 원전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는 이미 우리의 기술로 만든 원전 4기를 수출했다. 풍부한 석유자원을 갖고 있는 중동 산유국들이 앞다투어 원전을 도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21세기는 경제력, 군사력과 더불어 에너지자원이 새로운 국제사회의 권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쇠퇴해가던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강자로 다시 부상한 것도 에너지자원 덕분이다.
우리가 갈망했던 동계올림픽이 소치에서 먼저 열리게 된 것도 아마 그 이유일 것이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동이 그동안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해 왔다.

그러나 이 또한 언젠가는 고갈돼 없어질 것이다. 여기에 그들의 고민이 있다. 자국의 석유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오일머니를 계속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석유를 대신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그들은 그 대안을 원자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정지시켰다. 그 결과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지난해 일본은 11조엔의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이 중 4조엔이 원전정지로 인한 것이다. 전기요금도 20% 정도 인상됐다. 결국 일본 정부는 원전 제로정책을 포기하고 올 2월 원자력을 중요한 기저전원으로 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해 원전의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계기로 급성장하던 세계 원전산업계는 1979년 TMI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침체기를 겪어왔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지구온난화 문제, 화석연료 고갈, 고유가 등으로 대체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력이 부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또 한 번의 시련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원자력을 계속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원자력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는 매우 컸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우리의 기술로 만든 원전 4기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 세계적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품질서류 위조와 납품 비리 등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매우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원자력 운영자의 역할과 조직의 문제이지 원자력 에너지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확고한 원전 안전성을 바탕으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통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원자력계의 책무다.


정하황 한국수력원자력㈜ 기획본부장

※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