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한국 한의학’알리는 한방의료 관광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13 17:30

수정 2014.10.28 10:41

[특별기고] ‘한국 한의학’알리는 한방의료 관광

썰렁하게 비어 있던 남산 한옥마을의 고택에 최근 한방 의료관광을 하는 한의원이 들어섰다. 사랑방 입구의 멋쩍은 출입금지 팻말이 치워지고 먼지가 쌓였던 방바닥이 쓸고 닦는 의료관광 통역 코디네이터들의 손길에 윤이 난다.

한옥마을은 난방시설이 부족해 아침, 저녁으로는 찬기운이 남아 있다. "문화재 보존도 해야 하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지"라며 진맥하는 젊은 한의사의 손에 온기가 돈다.

한의사는 툇마루에 올라선 중국 관광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먼저 체질 진단을 하고 인바디 등 첨단기계를 통해 맥박·비만도·심혈관상태·혈관 나이·피로도 등 신체에 대한 체크를 시작한다.


이후 잠시 숨을 돌리며 한방 차를 마시고 한의사와 상담하게 된다. 한의사는 본인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향기주머니 등을 제공하며 체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외에도 한방 비누 만들기 등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즐거움도 준비돼 있다. 또한 뜸뜨기, 침술 등 불을 사용하지 않고 고택에서 할 수 있는 한방 치료법도 시행되고 있다. 고객에게 한약이 필요하면 본원에 연락해 제조하도록 한다.

한옥 마을에 생기가 돈다. 고택에 사람의 온기가 도니까 문화재도 더 잘 보존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옥 마을에 갑자기 왜 한의원이 들어섰을까.

한 한의원에서 한옥 마을에 중국, 일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을 보고 유료 한방체험 행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서울시에 문의한 게 첫걸음이었다. 서울시는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한국의 전통 한방을 소개할 수 있도록 임시 한의원을 허용해줬다.

덕분에 중국어, 일본어를 하는 의료관광 통역코디네이터 3명의 일자리도 새로 생겼다. 관광공사가 소개한 중국 여행사도 '한옥 마을 한방의료관광상품'을 정식 관광코스에 넣기 위해 답사하러 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고객의 흐름을 놓치지 않은 한의원과 행정 마인드의 변화가 일궈낸 작품이다.

지난해 약 21만명의 의료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한방의료 관광객은 미미하다. 외국인들이 한의학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일까. 해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가장 많이 모이는 부스가 바로 한의원이다. 외국에는 한의학과 같은 형태의 치료가 없기 때문에 신기함 반, 호기심 반으로 모여든다. 하지만 우리의 한의학을 알리는 노력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제 한옥 마을에 자리잡은 한의원은 중의학이 전부인 줄 아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 한의학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피부미용으로만 한국의 한방을 인식하고 있는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한방의 폭넓은 치료 효과를 체험케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유명 암센터에는 대체의학이 주요 치료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한의원이 대학병원 안에 들어가면 양한방 협진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것이고 리조트 안에 들어가면 러시아의 휴양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프로그램으로 나올 수 있다.
절 안으로 들어가면 템플스테이와 멋진 결합도 가능하다.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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