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구명보트 작동 안했는데 ‘양호?’ 해경·해운조합 주먹구구식 판정

해양경찰이 지난달 '세월호'의 구명·통신장비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벌인 뒤 모든 분야에서 '양호'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석 선장(69) 등이 긴급조치 요령과 인명구조 절차를 제대로 숙지했는지도 살펴봤다. 하지만 세월호 구명보트 대부분은 작동하지 않았고 선장 등 일부 승무원들은 먼저 탈출하기에 바빴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해경은 또 선사 단체인 한국해운조합과 함께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과 점검보고서 심사를 주먹구구식으로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출항 전에 과적, 화물의 고정상태, 선박 및 수송시설 등만 꼼꼼히 살펴봤어도 최악의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구명보트 작동 안했는데 '양호'?

17일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에 따르면 인천해경은 지난 2월 17일부터 3월 4일까지 세월호를 비롯한 다중이용선박 130척을 대상으로 농무(濃霧)기 특별안전점검을 벌였다.

항해.기관.통신.구명.소화 장비 작동실태를 감독하고 선박종사자들이 안전운항, 사고발생 시 긴급조치 요령, 인명구조 절차 등을 얼마나 숙지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점검은 해수부 산하 인천지방해양항만청과 선박안전기술공단, 해운조합의 운항관리실 등과 함께 했다.

인천 해경 관계자는 "세월호도 점검을 받았으며 구명보트 등 전 분야에서 '양호'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며 "교육은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일부 있어 숙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세월호에 있던 구명보트 46개 중 작동하는 것은 1개뿐이었다. 이것도 선장 등이 먼저 사용해 탈출했다. 나머지 구명보트는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세월호가 어떤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통신도 초단파무선통신(VHS)으로만 이뤄졌다. 해경은 해수부가 공개한 9시5분 이후의 통신 상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통신은 이 시간을 전후로 해경 측으로 넘어갔다.

■점검만 했어도 최악 상황은 피해

해경과 해운조합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점검보고서 등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운항관리규정은 여객선 등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선박과 그 소속 사업자가 스스로 만든 규정이다. 쉽게 말해 세월호 선장 등 승무원과 청해진해운이 '지켜야 할 사항'을 담은 것이다. 해경은 규정의 적절성 등을 따져본 뒤 허점이 있으면 변경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심사 필증을 교부한다.

세월호와 청해진해운은 이 규정을 점검보고서와 함께 운항 7일 전에 해경과 해운조합에 제출해야 한다.

점검보고서는 항해시간, 화물의 고정상태, 화물량 등이 적절한지를 사업자 스스로 점검한 뒤 이상이 없다는 것을 신고하는 것이다. 해운조합은 이 서류를 근거로 선박에 올라 실제 그대로 돼 있는지 살펴볼 의무가 있다. 해경은 해운조합이 제대로 점검활동을 벌이는지 지도·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과적 의혹이 짙다.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승용차 124대, 1t(적재가능 중량 기준) 화물차량 22대, 2.5t 이상 화물차량 34대 등 차량 180대와 화물 1157t 등 모두 3608t의 화물과 차량이 적재됐다. 이는 승객 457명의 체중은 뺀 무게다.

2.5t 이상 화물차량 34대 중 2.5t 차량은 1대뿐이었으며 4.5t 이상 중형 화물차량이 대부분이었다. 일반 승용차 1대 무게가 보통 2t이고 4.5t 화물차량에 화물까지 실으면 무게는 더 늘어난다. 더욱이 최소 무게 50t 이상의 대형 트레일러 3대도 실려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트레일러 뒤에는 무게 20t가량 되는 대형 철제 탱크가 달려 있었다.

세월호가 8시48분37초에 급회전하면서 이들 트레일러와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화물, 컨테이너들이 한 꺼번에 좌측으로 쏟아졌고 이로 인해 여객선은 짧은 시간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청해진해운이 밝힌 세월호의 서류상 적재 한도는 3794t이다.
실제 적재량보다 100t가량 적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선 이런 문서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선사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회원사에 강한 점검을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