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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반복되는 아동학대… 부모면허 있어야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0 16:15

수정 2014.10.28 05:49

[특별기고] 반복되는 아동학대… 부모면허 있어야

요즘 계모에게 학대받던 여덟 살배기 '칠곡 소녀'의 죽음이 세상을 뒤숭숭하게 하고 우리들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사한 사건이 울산에서 발생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동일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해 사회와 세상 어른들의 안일함, 무감각함, 무지함, 둔감함, 무책임함 등 모든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세상에 묻고 싶다. 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가. 먼저 되짚어 볼 것이 있다면 폭력, 나아가 구체적으로는 가정폭력, 더 나아가서는 아동착취와 학대로 일컬어지는 아동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인식의 문제이다.

우리는 폭력이 일상화돼 너무나 쉽게 폭력을 당연시하고 때로는 필요한 것으로까지 폭력을 너무나 폭넓게 용인하고 받아들이고 수용해 이제는 웬만한 것은 폭력으로 인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폭력에 둔감하지는 않은지.

흔히들 가정에서 부모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의식·무의식적으로 행사하는 크고 작은 폭력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때로는 미화되기까지 한다. 그러나 사랑은 사랑이고 매는 매이지 세상에 사랑의 매란 없는 법이다.


아동학대와 폭력은 부모의 문제다. 지난 2010년 경기도 양주시가 올바른 결혼관을 정립해주기 위해 '결혼 면허제'를 실천하면서 '알콩달콩, 결혼 면허 교실'을 연 적이 있다.

젊은 예비부부들에게 비단 '결혼 면허'만 필요할까. 가정과 가족은 부부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책임 있는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한 면허가 필요하다면 훌륭한 자녀가 되기 위한 '자녀 면허'도 필요하다.

그러나 '자녀 면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보호와 양육의 대상이기에 책임 있는 부모의 역할이 우선돼야 한다. 즉 적어도 부모다운 부모가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어쩌면 '부모면허'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그냥 해본 소리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친구이자 세계적 신경범죄학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범죄학과의 레인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폭력의 해부학'에서 '부모 면허'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도,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도, 심지어 이륜차를 몰기 위해서도 상응한 자격과 면허를 요구하면서 그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대해서는 면허나 자격은 고사하고 단 한 번의, 단 한 시간의 부모훈련이나 교육조차 받을 필요도 없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지금은 너무나 지나친, 그래서 그냥 웃어넘길 정도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장래 부모가 되려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부모교육과 훈련을 하고 시험을 통해 면허를 받아야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있게 하는 '부모 면허'제까지 필요해지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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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park@fnnews.com 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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