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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분유’ 무죄판결 딜레마

"한번 낙인이 찍히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게 식품업계입니다."

산양분유 1위 업체인 일동후디스는 산양분유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환경운동연합과 항소심까지 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고의영 부장판사)는 일동후디스가 환경운동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화해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환경운동연합이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 사과하고 '세슘 분유'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도록 이달 초 지시했다.

1심 재판부는 "검출된 세슘 양은 안전기준치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극소량"이라며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 등을 들어 환경운동연합에 기업 이미지훼손에 대한 위자료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일동후디스 측에 사과하면서 소송은 종결됐다.

하지만 한 번 의심을 품은 소비자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판결 직후 일동후디스 경영진은 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판결 결과를 적극 홍보토록 실무진에게 지시했으나 포기했다. 홍보를 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오히려 잔상 효과가 더 커져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선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변화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라면의 공업용 우지 사용 파동이다.
지난 1963년 창립된 삼양식품은 당시만해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며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1989년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우지 파동'이 일어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8년 뒤 법정에서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삼양라면은 이 사건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