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특별기고] 부작위범에 대한 적극적 법 해석을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4.27 17:13

수정 2014.10.28 03:22

[특별기고] 부작위범에 대한 적극적 법 해석을

수학여행을 가려던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과 선원 30명 등 총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가던 6835t급 정기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오전 8시48분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서해 상에서 사고로 침몰했다.

이번 사고는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가 붕괴돼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부산외대 학생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어진 참사로 안전불감증과 무책임한 어른들이 낳은 인재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월호 선장의 경우 선원법에 명시된 '선박에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할 의무'를 무시하고 학생들에게만 '그대로 있어라'는 지시를 내리고 자신은 제일 먼저 탈출, 해경에 의해 구조돼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여론은 그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들끓고 있다. 그렇다면 선장의 법적책임은 어떻게 될까?

선원법 이외에 형법에 명시된 업무상 중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실죄의 경우 법정형이 너무 낮다는 것이 문제다.

반면 검찰에서 고려하고 있는 유기치사죄와 특가법상의 선박 도주죄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적용도 불확실해 보인다.


유기치사죄의 경우 '법률상, 계약상 요부조자가 유기해 생명의 위험을 발생시킨'이라는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유기'라는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고 특가법상 선박 도주죄는 선박 간 충돌이 발생한 상황에서 '도주'한 경우에 적용되는 범죄라는 점이 걸린다.

또 살인죄의 경우 '고의'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와 같은 법리 논쟁의 본질은 비록 선장의 행동이 비겁하고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선장' 자신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더욱이 대다수의 선원들이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의 월급을 받는 계약직이었고 선장마저도 월급여로 270만원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세월호의 결함 등이 지적됐음에도 선주가 무리한 운항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의 화살은 그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장과 선원들'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착하디 착한 학생들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법조문을 해석 적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여론이 이는 이유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1991년 8월 승객 471명을 태우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트런던을 출발해 더반으로 가던 그리스 크루즈선 오케아노스는 항해 도중 폭풍우를 만났다. 배의 수상한 움직임에 몇몇 승객이 선장을 찾아봤지만 이 배의 선장 야니스 아브라나스는 일부 승무원과 함께 배를 이미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이 배에 타고 있던 가수 겸 마술사 모스 힐스가 기지를 발휘해 400여명의 승객이 모두 구조됐다고 한다.

그 후 그리스 당국은 사고 대처 임무에 태만했던 아브라나스와 승무원 4명에게 책임을 물었으나 법정 공방 끝에 선장 등은 법적 책임을 면했다고 한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없는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사실 관계를 보다 정확히 조사하고 법치주의 이념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사법 정의가 바로 서게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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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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