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특별기고] 건강한 벤처 창업 생태계를 위해선..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1 16:45

수정 2014.05.01 16:45

[특별기고] 건강한 벤처 창업 생태계를 위해선..

국내에서는 며칠 전 정보기술(IT) 전문 펀드인 '코리아 IT펀드(KIF·Korea IT Fund)'가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 조성과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의 재도전을 돕는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들 분야는 중요성에 비해 관심이나 지원, 투자 등이 아쉬웠던 분야다. 특히 국내에서는 재도전 전문 펀드가 없었는데 실패 경험을 가진 창업자들에게 재도전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12년째를 맞는 KIF는 2003년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취지로 KT, SK텔레콤, LG U +가 3000억원을 출자해 만든 민간 IT 전문펀드다. 운영과 관리는 통신사업자를 대표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맡고 있다. 지금까지 KIF는 디지털 콘텐츠, 차세대 이동통신 등 다양한 IT 분야에 7984억원을 투자했다.
투자를 받은 455개 기업 중 52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총 628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과 재도전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이 두 분야는 국내 벤처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데 중요한 것들이다.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은 모바일 메신저로 유명한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과 연계된 게임들이 애플리케이션 장터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카카오톡은 일개 메신저 서비스가 아니라 게임 생태계를 거느린 플랫폼이 됐다. 이처럼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은 새로운 서비스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벤처 생태계에서 잠재력과 영향력이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실패한 창업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중요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실패한 창업자가 재기하기에 어려운 환경이라는 진단이 많다. 한 번 실패하면 신용도가 떨어져 재도전을 포기하게 되거나 타인 명의로 창업을 하는 사례가 흔하다. 이는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 그리고 열의를 가진 인재들이 창업을 주저하게 만든다. 실패의 경험이 성공의 밑거름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건강한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 다시 창업 생태계로 돌아오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내세운 만큼 창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에는 관련 부처에서 중소.벤처 생태계 활성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KIF의 전문펀드 조성 계획은 이러한 정부 정책과도 방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당장은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충분한 수준이 아닐지 모르지만 민간 분야에서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물론 창업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문펀드 조성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즉 건강한 벤처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과 제도, 금융,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KIF 사례를 계기로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시는 데 각 분야에서 활발한 협력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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