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물국회’라도 파행은 없었는데..

"회의에 오느라 쓴 택시비가 얼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임시국회가 열리는 회기 중엔 각 상임위원회 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다. 이슈로 급부상한 쟁점 법안이 있는 상임위원회 앞에는 취재진이 몰리지만 대다수는 소관 부처의 공무원과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회의 안건 순번에 따라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낸다. 대다수는 복도에 선 채로 끊임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복도에는 생기가 넘친다. 문제는 파행될 경우다. 회의는 열리지 않지만 섣불리 자리를 뜰 수도 그렇다고 하염없이 기다릴 수도 없다.

일각에선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식물국회'가 됐다는 19대 국회에서도 정무위원회는 그나마 파행 없이 열심히 법안 심사와 처리를 해온 곳이다. 지난해에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금산분리 강화법 등 쟁점 법안을 여야 간 수차례 협상을 통해 꾸준히 통과시켰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정무위에도 이상기류가 생겼다. 이유 없는 파행이 속출한 것이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소위원회 내 협상팀을 따로 꾸려서 각 법안 내 쟁점사항을 좁히고 또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안건은 단 2건에 그쳤다.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새롭게 법안소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의욕적으로 법안소위 회의를 6차례나 잡았다. 시급을 요하는 신용정보보호법·전자금융거래법·금융지주회사법 등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후속조치 법안뿐만 아니라 계류된 법안까지 충분히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6회 가운데 정상적으로 열린 소위는 지난달 23일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때부터 각 쟁점 법안 내 이견을 뒤늦게 좁히기 시작한 정무위 소위는 추가적으로 5회를 더 열고서야 지난달 30일 쟁점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정무위 여야 위원은 입을 모아 '일괄 타결'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물고 물린 쟁점 협상 가운데 하나가 삐끗하자 다음 날 정무위는 또 멈췄다.

그리고 결국 '징벌적 손배제 3배'도입을 담은 신용정보보호법 처리가 불발됐다.

애초 이 법안은 지난달 25일 소위에서 여야 간 반드시 처리키로 이미 합의된 상태였다. 일괄 타결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법안 처리를 했더라면 법안소위 11회를 열고도 신용정보보호법이 정말 처리가 안됐을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의문이 남는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