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사 ‘베일인’ 제도 도입 어려울 듯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1 17:38

수정 2014.05.11 17:38

예금자가 부실금융사의 손실을 떠안게 돼 논란이 됐던 '강제손실분담원칙(mandatory bail-in.이하 베일인)' 제도의 국내 도입이 사실상 물건너갔다.

주요 20개국(G20)산하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베일인' 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자본으로 전환되는 채권 범위 등 적잖은 문제가 불거지자 국제적으로도 도입 자체를 꺼리고 있다.

베일인은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한 채무자(금융사)의 손실을 채권자가 분담하거나 직접 자본참여자가 되는 구제방식으로, 부실금융사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권고안대로라면 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할 경우 자동으로 예금을 포함한 채권이 자본으로 전환된다.

11일 '금융권 특별정리제도' 도입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FSB가 베일인 제도는 권고하고 있어 국내 도입 방안 및 쟁점 등을 논의한 결과 금융소비자 권익 등을 고려해 도입이 힘든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면서 "특히 예금까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예금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도 감안됐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국민.우리.신한.하나.산업.기업은행 등은 '사전유언장' 제도로 불리는 '회생·정리 계획안(RRP)' 제도 등 도입을 위한 TF를 지난해 12월 마련했다.


베일인 방식 도입이 미뤄진 데는 다른 국가의 사정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지난 2011년 '효과적인 금융사 정리체계를 위한 핵심속성(Key attributes of Effective Resolution Regime for Financial Institutions)'을 통해 권고안으로 내놓은 베일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 없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 규제 강화를 위해 2010년 제정한 '도드-프랭크법'에서 채권 변제 순서를 정해 베일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정도다. 유럽연합(EU)은 재무장관회담에서 베일인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막혀있는 상태고, 지난해 은행 구제금융 방안으로 베일인이 검토됐던 유럽의 키프로스공화국에서도 국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베일인 제도를 도입하면 채권자들이 정리비용을 부담하면서 국가 공적자금 투입 없이 부실 금융사 정리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각 국가에서도 은행 부실 시 예금자들의 예금이 자본으로 전환된다는 부분이 베일인 제도 적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FSB는 올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까지 각 나라의 금융사정을 반영한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국내 은행들과 TF에서도 향후 베일인 제도에 대한 기준 변경안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베일인 제도에서 청산절차 시 손실부담부분으로 전환되는 자본에서 예금이 제외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파산 시 변제순위 등 베일인 제도의 세부사항이 변경된 권고안이 오는 11월 나올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 역시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관련돼 필요한 사항들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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