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시위로 사망자 발생...기로에 선 베트남

【베이징=김홍재 특파원】 남중국해 사태에서 촉발된 반중국 시위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중국·대만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80여곳이 피해를 당하는 등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 대한 원유 시추작업을 계속 강행할 태세여서 베트남은 기로에 서 있다. 베트남은 군사적으로 중국에 밀리는데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망자 발생·한국 기업도 피해

15일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중부 하띤성에서 14일(현지시간) 밤에 발생한 반중시위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 중국인 1명이 사망하고 9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노동자 5명도 숨진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는 반중 시위대가 하띤성에 건설 중인 대만 포모사 플라스택 그룹의 철강공장으로 몰려가 중국인 노동자들을 공격하면서 일어났는데 건설현장에는 한국업체 직업 200여명도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다행히 지금까지 우리 교민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파라셀 군도에서 원유 시추작업에 나서면서 이달 중순부터 반중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업체가 몰려있는 베트남 남부 빈즈엉성 공단에서도 14일 낮부터 베트남 근로자들이 공장 기물을 부수고 불을 지르는 등 과격시위를 벌여 80여개 한국기업을 포함, 약 460개의 외국업체가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과격시위 진앙지인 빈즈엉성 주변에 공안과 군 병력을 대거 배치하고 일부 공단에는 장갑차 등 중화기를 동원해 방화, 폭력, 약탈행위를 한 500여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피해 업체들의 피해규모 산정이 아직 끝나지 않는데다 일부 업체는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복구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와 관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17일 중국을 방문, 시진핑 국가주석 등과 만나 평화적인 해결을 당부할 예정이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반 총장은 오는 20~21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등과 만나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국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중국해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해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기로에 놓인 베트남의 선택은

하지만 중국이 이번 사태의 전적인 책임을 베트남으로 돌리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충돌이 발생한 14일 대변인을 통해 "베트남이 중국의 주권을 침범한 것"이라며 "중국은 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이 확실하고 견고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마르티 나탈레가와 인도네시아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베트남이 중국의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방해한 것이 긴장의 원인이며 중국의 주권과 관할권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현재 진행중인 원유 시추작업을 중단하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리트저널(WSJ)은 "일본과 필리핀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어느 동맹국도 함께 중국과 맞서려 하지 않고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 4개국 순방에서 일본과는 중·일 영유권 분쟁지역인 조어도를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필리핀에 미 군사력을 재배치 하기로 합의했지만 베트남과는 별다른 방위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아울러 베트남은 일본, 필리핀과 달리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의 경우 상품 제작 등을 위해 필요한 전체 수입품의 28%가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다. 이는 일본(21.7%), 필리핀(13.0%)보다 높은 것이다. WSJ는 "중국은 아무런 경제적 타격없이 베트남과 경제 무역을 끊을수 있다"면서 "베트남 정부는 영토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시키려고 하지만 아직까지 해군, 공군력이 약해 군사적, 경제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hjkim@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