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긴 호흡이 필요하다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08 16:38

수정 2014.06.08 16:38

[데스크칼럼] 긴 호흡이 필요하다

#. 47세 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유상호 사장은 8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다. 그 비결은 브로커리지(brokerage) 비중을 낮추고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AM)에서 수익을 내서다. 덕분에 주식시장의 부침에도 수익구조가 크게 휘둘리지 않고 있다. 여기엔 '긴 호흡'으로 묵묵히 그를 밀어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과 투자자들의 믿음이 큰 자리를 차지했다.

IB 업무 전문경영인인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7년차)의 장수 비결은 조직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 덕분이다. 그의 주특기는 중소기업 기업공개(IPO), 증자, 채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정회동 KB투자증권, 권용원 키움증권, 최희문 메리츠증권,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고원종 동부증권, 원종석 신영증권,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대표들도 평균 4~5년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리더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단기 실적'보다는 긴 호흡으로 투자자들에게 '미래의 가치'를 끊임없이 제공해서다.

#. 그간 여러 학자들이 분석한 장수 CEO의 비결은 탁월한 실적, 위기관리, 빠른 의사결정, 자기 계발, 명확한 비전 제시와 실행 등이다. 이 중 최고로 꼽힌 것은 탁월한 실적이다. 오너경영인에 버금갈 정도의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점도 또 다른 비결 중 하나다.

잠시 우리의 시선을 세계로 돌려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은 은퇴할 때까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의 경영을 맡긴다. 린제이 오언 존스 전 로레알그룹 CEO는 17년 동안 로레알그룹을 이끌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도 마찬가지다. 45세에 최연소 CEO에 오른 잭 웰치는 17년 동안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켰다. GE CEO들의 평균 재임 연수는 약 9년이라고 한다. 여기엔 대주주(오너)가 CEO에게 믿고 맡기는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 '돈'은 더 높은 수익성을 좇아서 움직인다.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고 수익성이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는 쪽으로 흐르는 속성도 있다. 이는 1년이든, 3년이든, 5년이든, 10년이든 자신이 투자한 규모보다 가치를 더 증대시킨 곳을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자본시장은 최악의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구조조정, 새로운 상품 개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양사태 등을 겪으면서 불완전판매를 최대한 줄이고,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 판매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투명성 또한 강화됐다. 세상사를 초월하지 않은 성인이나 현자가 아닌 이상 사람들은 돈을 다루는 데 조심스럽다.
특히 자신의 돈을 제3자에게 맡기는 경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듯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금액의 적고 많음을 떠나 이자를 불려주는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다.
결국 긴 호흡으로 고객의 신뢰를 쌓는 금융기관만이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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