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행정지침.. 제재.. 금융권 ‘진퇴양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59

수정 2014.06.11 17:59

행정지침.. 제재.. 금융권 ‘진퇴양난’

금융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금융정책 당국이 규제개혁·제도개선 등으로 금융기관의 경영 및 영업 환경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상 최대 징계를 예고하고 있다.

경영진이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할 때 정작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수익성 악화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금융권에 시름이 깊어지는 6월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도개선과 징계 방안을 잇달아 예고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정책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안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지만 임원을 대상으로 감독당국의 대대적인 징계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직 운영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일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는 전산 백업전용센터 구축,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구축, 최고정보보호책임자(CSIO)의 임기보장 등을 권고하는 안건을 의결해 전 금융기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예산을 당장의 생산성과 연관이 적은 정보기술(IT) 부문에 투입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어 지난 9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 자산운영 및 해외진출 등을 중심으로 1700여개에 달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권 규제개혁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기관들이 개선될 규제 내용에 맞춰 자산운영 및 해외영업점 운영계획을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날 또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를 예고했다. 전체 금융권의 임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징계조치를 각 금융기관에 사전 통보한 것이다.

특히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중징계를 사전 통보를 받았고, 이미 문책 경고를 받아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추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조치 예고는 조직의 리더십 부재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감원이 각 금융기관에 사전 통보한 징계안은 오는 2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들은 다음 달 구축될 기술데이터베이스(TDB)를 기반으로 한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활용 상품'을 출시하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금융사고들에 대한 조치라고 보이지만 대대적인 정책 변경과 제재 방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금융권이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각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가 징계를 연속으로 받으면 조직을 이끄는 데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권한 행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정부의 개각 시즌에 맞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연이은 금융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