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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업체 “도매상이 甲”

월드컵 성수기를 맞이한 맥주 제조업체들이 주류 도매상들에게 쩔쩔매고 있다. 국내 대표 맥주업체인 오비맥주는 담보거래를 해왔던 중소 주류 도매업체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최근 고발을 당해 곤욕을 치렀다. 이 도매상은 D사, P사 등 주요 주류업체들로부터 대거 고발을 당한 곳으로 업계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도매상은 오비맥주가 제때 맥주를 공급하지 못해 부도가 났다며 공정위에 고발하면서 충돌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오비맥주 측은 적반하장이라며 맞고소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식품 제조사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면, 도매업체는 매출 상승으로 큰 도움을 얻게 돼 득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주류업계는 이 같은 공식이 100% 통하지 않는다.

주류도매상협의체는 맥주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롯데주류에 사전 공문을 보내 과도한 마케팅 실시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주류도매상들이 먼저 시장과열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류 도매상들이 마치 정부 기관과 흡사하게 행동했다는 시각을 지울 수가 없다.

주류 업계에선 그동안 주류 도매상들이 국세청 등 정부측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온 것에서 적잖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 도매상들은 정부로부터 지역별로 할당된 숫자대로만 면허를 받아서 영업을 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주류 도매상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자 수를 사실상 규제해왔다.

이렇다보니 도매상이 사업을 접지 않는 한 면허가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 입장에선 주류 도매상들이 한정돼 있으면 주류업체와의 세금계산서 관계 등을 관리감독하는 게 용이해져 세금 징수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주류 도매상들이 정부 정책으로 한정된 것이 오히려 기득권처럼 여겨져 입김이 세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