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카드를 쓰더라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현재 연 2.5%인 금리를 2%대 초반으로 낮추면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투자거품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금리를 올렸다간 한계기업의 자금난 가중과 시중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연쇄 부실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어서다.
■내우외환에 진퇴양난
"세계 경제와 금융 상황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돼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내부적인 불균형을 시정하고 대외 충격에 대한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세미나에서 한 발언으로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말이다. 수출-내수, 실물-금융 사이의 불균형 해소를 강조 한 것이다.
한국경제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 위축이 내우라면 외환은 환율과의 싸움이다.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15%로 인하하는 등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다시 양적완화 경쟁에 나서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은 곧 원화 절상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운신의 폭은 좁다. "금리를 내려야 한다.(경기 부양을 위해)"는 목소리에 금리를 내렸다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거품이라도 끼면 훗날 '한은 책임론'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흘러 넘기기도 쉽지 않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내수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7% 줄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1.0% 하락했다. 특히 세월호 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체가 속한 예술.스포츠.여가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0.0%나 감소했다.
그렇다고 경상수지 800억달러(2013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해 원화가치를 끌어 내릴 명분도 마땅치 않다.
■금리인상 '매파' 이 총재 의지 꺾일까
13개월 연속 금리를 연 2.50%에 묶어둔 것은 성장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가 국내 경기에 예기치 못한 큰 충격을 주고, 다른 나라들이 일제히 경기부양 모드에 들어가면서 그의 이런 모습이 안팎으로 도전을 받고 있는 것. 이 총재도"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와 세월호 참사가 경제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이 총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4월 취임 이후 이 총재는 "금리 방향은 인하보다는 인상이 맞다"며 줄곧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을 보여 왔다.
1·4분기까지만 해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외쳤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하나 둘 꼬리를 내리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양호한 고용여건 및 소비심리 개선 등이 향후 민간소비 회복을 뒷받침하겠지만 세월호 참사 등이 내수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마이너스 생산갭이 종료되는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리 인상 시점을 2015년 하반기나 그 이후로 예상했다.
BoA-메릴린치도 "한은의 금리조정 시기를 금년 4분기로 예상했으나 느린 내수회복세 및 물가상승세 등을 감안해 내년 중으로 수정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클레이즈, HSBC, 모간스탠리 등은 최근의 원화강세와 낮은 물가상승 압력이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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