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공직자 기대치도 압축성장?

이두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5 17:08

수정 2014.06.15 17:08

[데스크칼럼] 공직자 기대치도 압축성장?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본인의 철학과 소신, 능력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 가족의 반대 등 여러 어려움 때문에 인선에 시간이 걸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병기 주일 대사를 국가정보원장에 내정한 사실을 밝히면서 부연한 설명이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랜 시간 인선 끝에 내놓은 문 후보자를 둘러싸고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으니 참 난감한 일이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이후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국회 청문회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채 낙마했다. 문 후보자마저 야당 및 일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지명 철회 내지 자진사퇴 압력을 전방위로 받고 있는 일련의 상황은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대수준을 상징한다.

한편으로는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경제적인 압축성장이 고위 공직자에 대해 법률적이든, 도덕적이든, 철학과 역사인식면에서든, 재산에서든 완전무결에 가까워야 한다는 기대수준의 압축성장을 동반한 것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역사와 사회문화, 인식 등이 경제성장과 같이 그렇게 여러 단계를 건너뛰고 단기간에 도약, 형성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최근의 검증문화라면 누가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지, 흠결 없는 공직후보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국가에 대한 헌신의지나 능력이 있어도 말이다. 더구나 밝혀진 불법이나 탈법이 없어도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전관예우가 실제 이뤄졌는지 여부와는 관계 없이 일반에 비해 사건 수임료를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과거 발언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나 논란의 소지는 제쳐두고 특정 프레임에 가둬둔 채 압박한다면 말이다. 추상 같이 정의의 칼날을 휘두르던 국민검사가 마치 전관예우, 또는 법피아의 상징인 것처럼 '굴레'를 쓰고 사라진 게 엊그제 일이다. 우리 법률이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대표한 국회의원들이 후보자의 능력, 도덕성 등을 포함해 국가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할 자질이 있는지 여부를 검증토록 한 것이다.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반드시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절차를 놔둔 채 사생결단식으로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청문회 보이콧 운운하는 것은 역시 국민 다수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또 다른 법치주의 경시행태라고 한다면 언어도단인가.

가뜩이나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질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를 위해 군과 경찰, 검찰 등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하고도 번번이 실패해 국민 공분이 크다.
침체된 경기회복세는 미약하다.

따라서 시급한 경제회복과 국가운영상 비정상의 정상화에 나서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문 후보자에 대한 장외 십자포화에 그칠 게 아니라 국회 인사청문 등 관련법 절차를 차분히 밟아 나가야 한다.
청문회에서 충분한 검증과 충분한 해명, 비전 제시 등을 통해 총리 적격 여부를 가리면 될 일이다.

doo@fnnews.com 이두영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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