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장클릭] ‘동북아오일허브’ 기업 시큰둥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8 17:37

수정 2014.06.18 17:37

[현장클릭] ‘동북아오일허브’ 기업 시큰둥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전문가분들이 한국정유사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동북아오일허브에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주길 부탁한다."

지난 17일 열린 동북아 오일허브 심포지엄에서 한국석유공사 직원이 연사들에게 던진 주문이다.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지만 그동안 동북아오일허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석유공사가 민간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실제로 이날 동북아오일허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상당해보였다. 참석자들 중 상당수는 국내 정유회사 관계자들이었다. 질의응답시간에도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질문의 내용을 보면 아직 정유사들의 참여는 소극적이며 동북아오일허브의 성공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낌새가 역력했다.

그러나 이날 전문가들의 얘기엔 국내 정유사들에 '인사이트'를 줄 만한 건 찾기 어려웠다. 기껏 나온 얘기가 "오일허브를 통해 원유를 정유소 가까운 곳에 저장하고 구매 간격을 단축해 살 수 있게 한다면 운전자본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 대답으론 석유공사 직원이 원했던 '인사이트'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국내 정유업계가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마당에 이정도의 대답으로는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기 어렵겠다는 생각만 굳어졌다.

동북아오일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싱가포르가 오일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정부가 개입하고 이후 시장에서 손을 뗐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했다는 게 정설이다. 민간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 내 시장이 자연스레 돌아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82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전남 여수에 준공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이 시설의 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78%이다. 이는 대부분 주주들의 사전계약 물량이다. 정작 중요한 석유 전문 트레이더 등 제3자는 아직까지 유치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정부는 석유제품 간 혼합, 약품 첨가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풀고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을 포함시키면서 그동안 업계가 원했던 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아직 기업들이 의구심을 떨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윤이 보이는 곳이라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이 기업이다. 그만큼 아직 기업들을 움직일 만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방적인 구애만을 반복하기보다는 민간참여가 더딘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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