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참사]관심 거둬주세요.. ‘20140416’만 잊지 말아주세요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5 17:51

수정 2014.06.25 17:51

【 안산=장충식 기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세요."

끔찍했던 사고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경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25일 학교로 복귀했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기 위해 학교를 나선 지 꼭 71일 만이다. 학생들은 이번 사고로 평생 지워지지 않은 채 안고 살아야 할 상처를 고통스럽지만 기억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의 이런 결정에는 "잊히는 순간 정말 모든 게 끝난다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들을 잊지 않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우리에게는 애타게 불러보아도 다신 만날 수 없게 된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다"며 "그들과의 추억은 죄책감의 기억이 될 수도, 계속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의 기억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듯 국민 여러분들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글을 읽어내려가던 단원고 남학생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친구들과 선생님 생각이 밀려오는 듯 결국 이 대목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생존한 아이들은 "아직도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이제는 그만해주시길 바란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날 학교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단원고 교사들은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일찍 등교하는 1·3학년 학생들의 등굣길을 지도하면서도 학생들이 주변으로부터 또다시 상처를 받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교사들은 교문 앞에 진을 친 언론를 경계하는 듯한 아이들에게 연방 '괜찮다'는 말을 하며 안심시켰고, 아이들을 맞기 위해 참석한 희생자 유가족들은 부등켜 안고 위로했다.

오전 8시30분 버스 4대에 나눠탄 2학년 학생들이 마침내 학교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교사들과 유족들은 한달음에 달려가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반갑다'는 말도 '오랜만이다'는 말이 없어도 잡은 손끝으로 전해지는 슬픔과 따뜻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기다리던 선생님을 알아보는 일부 학생들은 품에 안겨 살아돌아온 기쁨을 전하기도 했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정문 앞에서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의 부모들과 마주섰지만, 미안함과 그리운 마음에 차마 누구도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지 못했다.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침몰과 탈출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안고 학교로 돌아간다"며 "여전히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선택을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또 안산시민들에게는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 달라"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더 많이 울더라도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아이들은 친구들의 부모들에게 '엄마, 아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배웅 나온 희생자 유가족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희생자 유가족들 역시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자기 자식인 듯 "얘들아 사랑한다.
엄마들이 응원할게" 등의 말을 전하며 위로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 유가족들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아이들을 안은 채 오열했고, 이런 친구 부모들의 모습에 아이들도 또 한번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우리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왜 희생돼야만 했고, 왜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 많은 희생자가 생겨야 했는지 확실한 조사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희생된 친구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세월호를 부디 잊지 말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흐느껴 울었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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