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그 시절, 그 사람은] (4) 2004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IT한국 씨앗 뿌리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9 17:13

수정 2014.06.29 17:13

지난 2004년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보기술(IT)을 성장엔진으로 삼아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 1인당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며 'IT839' 정책을 제시했다. 진 장관이 IT839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04년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보기술(IT)을 성장엔진으로 삼아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 1인당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며 'IT839' 정책을 제시했다. 진 장관이 IT839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미국발 금융위기,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9·11테러, 가계 부실, 집값 하락, 내수경기 침체, 세월호 참사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사다난했다.
이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도 명멸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4주년을 맞이하여 창간 이후 21세기 대한민국을 움직였던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을 14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정보기술(IT)이 한국경제의 희망이다. 우리나라가 IT를 성장엔진으로 삼아 '중진국 함정'에서 탈출해 1인당 2만달러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지난 2004년 3월 29일,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14층 장관실에서 만난 진대제 장관(당시)이 책받침처럼 생긴 'IT839전략' 안내 인쇄물을 보여주면서 쏟아낸 일성이다. 정확히 10년 전 일이다. 이날 1시간여의 인터뷰 내내 진 장관은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IT 중심의 한국경제 성장이 유일한 길"이라는 열정과 소신을 보여줬다. 당시 진 장관의 머릿속엔 온통 IT 중심의 신성장동력 전략 구상으로 가득했다.

그해, 진 장관은 '스타 최고경영자(CEO)' 출신 국무위원으로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그는 참여정부 내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는 삼성 스타일로 시스템과 업무방식, 인력배치 등을 뜯어고치면서 매너리즘과 무사안일에 빠진 정부조직을 혁신했다. 이런 그의 행보는 초기 정부 내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았지만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나름의 성과를 창출해냈다. 이런 활동에 힘입어 그는 참여정부 시절 최장수 장관이 됐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IT839'

진 전 장관의 승부수는 'IT839'이다. 그는 2004년 3월 독특한 IT839전략을 깜짝 발표했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 수년째 갇혀있는 우리나라를 국민소득 2만달러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타 CEO 출신 장관다운 아이디어였다.

IT839는 8대 신규 서비스,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이다.

'8'은 8가지 핵심서비스(2.3㎓ 휴대인터넷, 위성·지상파DMB,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RFID, W-CDMA, 지상파DTV, 인터넷전화)다.

'3'은 3가지 핵심 인프라(광대역통합망, U-센서 네트워크, Ipv6 도입)다.

'9'는 9대 신성장 동력(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TV, 홈네트워크, IT SoC, 차세대 PC, 임베디드 SW, 디지털콘텐츠, 텔레매틱스, 지능형로봇)을 의미한다.

IT839가 선순환 고리로 맞물려 돌아가면 IT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진 장관의 지론이었다. IT839를 통한 성장목표는 2007년 연간 생산 380조원, 수출 1100억달러 달성이었다.

그는 IT839 실현을 위해 임기 동안 연구개발(R&D) 프로세스 혁신, 인력 양성,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해외 R&D센터 유치, 중소벤처 육성 등 IT산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또한 그는 장관이 직접 주관해 PM, 민간인, 기업, 학계 등 각계 관계자들이 종합적으로 참여하는 '8.3.9회의'를 한 달에 한번 열었다. 뿐만 아니라 1년에 지구 4바퀴꼴로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IT외교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는 진 장관이 단골로 포함됐다.

그 결과 진 장관은 재임기간에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디지털기회지수(DOI)'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정부업무 평가에서도 정통부가 2년 연속 최우수 부처로 선정된 것에도 진 장관의 리더십이 작용했다.

그러나 진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IT839 전략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데 그쳤다. 특히 IT839 중 와이브로, 위성·지상파DMB, 지능형로봇 등은 중도하차했다. 지능형로봇은 향후 부처 간 갈등의 불씨가 되어 정통부 담당부서가 산업자원부로 통합되는 단초가 됐다는 후문이다.

■정계 도전에서 마신 고배

진 장관에게도 실패의 경험은 있다. 지난 2006년 3월 2일이었다. 그는 서울 광화문 정통부 건물 내 브리핑실을 돌연 방문했다. 마이크 앞에 선 진 전 장관은 어린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내용은 이렇다.

"경남 의령의 가난한 시골집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중학교를 졸업한 후 금호공고에 가라고 했다. 공고에서 기술을 배운 후 취직을 하라는 얘기다. 완강히 거부했다. 집을 나와 서울로 유학을 갔다. 서울 이촌2동 판자촌에서 기거하면서 공부를 했다.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도전해 대학에 가고, 유학도 갔다. 삼성에 들어가 반도체 1등 신화도 이뤘다. 항상 도전하는 인생이었다. 이제 또 다른 도전을 하려고 한다. 경기지사 선거에 나간다."

진 전 장관이 경기지사 선거의 출사표를 던지는 순간이다. 진 전 장관은 힘들었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진 전 장관은 그후 경기지사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낙선의 고배였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밀린 것이다. 그후 진 전 장관은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 진대제라고 하면 별로 어울리지가 않는다"며 "평생 몸담은 곳이 기업이었고 기업활동이 가장 적성에 맞기도 하다"고 들려줬다.

■스타 CEO→장관→벤처 투자자→?

그후 2007년 진 장관은 벤처 투자자로 변신했다. 그는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SIC)의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SIC의 대표로서 활발한 벤처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 경영자와 정통부 장관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구리 알 수준의 국내 벤처기업을 온전한 개구리로 성장시키는 생태계 정원사가 되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벤처 투자자로서 대외활동도 활발하게 펼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부터 KBS 1TV 창업 서바이벌 '대한민국 창업프로젝트 천지창조'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냉철한 표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멘트로 참가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2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도 참관했다.

■세계 1등 신화 일군 '미스터 반도체'

진 전 장관에게는 항상 '미스터 반도체' 또는 '디지털 전도사'라는 별칭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그는 지난 1985년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그는 삼성전자의 세계 D램 반도체 1위 신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재직 시 세계 최초로 64MD램, 128MD램, 1GD램 등 개발을 주도했다. 이때 '미스터 반도체'라는 별칭이 붙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부문 재직 때는 MP3 등 각종 첨단 디지털기기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신화도 이끌었다. 이때 '디지털 전도사'라는 별칭이 생겼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이례적으로 35세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물로 화제가 됐다. 이어 44세에 부사장에 오를 정도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후 그는 '샐러리맨의 꿈'인 삼성전자 사장까지 올랐다. 그만큼 삼성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본래 경남 의령 출신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석사와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이어 미국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을 거친 후 귀국해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순'을 넘긴 나이의 그는 화려한 이력과 달리 솔직하면서 소박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는 한번 일을 시작하면 결론을 낼 때까지 몰입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그 시절, 그 사람은] (4) 2004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IT한국 씨앗 뿌리다

■약력 △62세 △경남 의령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박사 △미국 휴렛팩커드 연구원 △미국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미국법인 수석연구원 △삼성전자 메모리본부 제품개발센터장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메모리사업본부장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시스템 LSI 대표이사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총괄사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정보통신부 장관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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