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코스피 2000의 벽 함께 넘자

김승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3 16:38

수정 2014.10.25 06:50

[데스크 칼럼] 코스피 2000의 벽 함께 넘자

#. 남극 황제펭귄들은 허들링(huddling)으로 추위를 이겨낸다. 찬바람을 직접 맞는 바깥쪽 펭귄과 상대적으로 덜 추운 안쪽의 펭귄들이 교대를 해가며 생명을 유지한다. 내부 기온을 외부보다 10도 이상 따뜻하게 만드는 펭귄의 독특한 군집(群集)은 영하 50도의 칼바람으로부터 알을 품어 보호도 한다.

지난 2012년 8월.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펭귄은)나만 살자고 안쪽에 눌러앉아 있으면 바깥쪽 펭귄들이 얼어 죽고, 그러면 결국 나도 죽는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다"며 '함께하는 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경제 위기나 내수 부진에 대처하는 경제주체들의 모습도 펭귄 같아야 한다. 지나친 불안감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투자자는 투자를 연기하고, 기업은 고용을 줄이고, 금융이 대출금을 회수한다면 정말 불황이 찾아온다"며 경제주체들의 협력을 거듭 호소했다.


#. 코스피가 2000선 박스권에 갇혀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다. 벌써 7년째다. 그 이유는 취약한 수급여건 때문이다. 지난 7년간 코스피의 주요 변곡점을 보면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던 때뿐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35%에 달하는 외국인이 글로벌 금융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 시장에서 자금 회수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의 국내 시총 비중은 35.10% 수준이다.

국내 증시가 소수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점도 박스권을 돌파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12년 두 그룹의 매출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단순 비교하면 35% 수준에 이른다. 삼성이 23%, 현대차가 12% 정도다. 불과 4년 전인 2008년 비중 23%에서 12%포인트나 높아졌다. 두 그룹이 국내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를 넘어섰다.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18%에 달한다. 한 나라 증시에서 한 종목이 시총의 18%가량을 차지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테바(18% 내외)뿐이다.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배당수익률도 문제다. 한국 상장사의 배당수익률(2013년 회계연도 기준)은 1.14%다. 같은 기간 미국(다우지수) 2.08%, 일본(닛케이) 1.34%에 비해 각각 55%, 85% 정도 수준이다. 한국 시장의 배당수익률은 2008년 2.58%를 기록한 뒤 2009년부터 5년 연속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당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기업들이 이익을 주주 배당보다는 투자나 현금 유보로 돌린다는 뜻이다. 그만큼 배당을 바라는 장기투자자에겐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 한국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선 적극적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희미했던 정책 모멘텀의 구체화는 박스권 돌파의 원동력이자,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어서다.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서 허우적대던 일본경제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베가 쏘아 올린 불황극복을 위한 '화살' 덕분이다. 한국도 이에 버금가는 충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금리인하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금리인하는 내수경기 회복과 원화강세 속도 조절에 일조할 수 있어 효과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박스권 돌파를 가로막는 핵심 리스크 요인인 기업실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기업실적에 대한 충분한 눈높이 조정과 추가적 이익개선에 대한 기대가 확보되지 않는 한 시장상승 지속 가능성은 요원하다.

sejkim@fnnews.com 김승중 증권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