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싱가포르와 한국의 금융당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5 16:57

수정 2014.10.25 04:48

[차장칼럼] 싱가포르와 한국의 금융당국

최근 싱가포르에서 만난 금융인 A씨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싱가포르 금융당국에 대해 묻자 "싱가포르의 중앙은행으로 금융기관을 규제하고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싱가포르통화청(MAS)'은 금융사가 해외자본을 유치할 때 마케팅 역할도 한다"면서 "지금까지 MAS와 부딪쳐서 위기를 모면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인 B씨는 "1년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MAS와 금융회사 경영진의 미팅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MAS와 각 금융사의 미팅 협의에서는 어떻게 영업을 할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솔루션을 서로 토론한다"고 했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개인정보 유출, 사기대출 사건 등 문제가 터지면 사후검사에 나서기 급급한 실정이다. '죄'를 물어 제재하기 바쁘다. 금융당국이 존재하는 이유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즉 사고예방이다. 그러나 세상에 비치는 것은 마냥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금융정책과 관리·감독을 맡는 기관 간 손뼉도 맞지 않을 때가 많다. 싱가포르처럼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동반자적 관계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금융사들은 하나같이 '규제비용'이 많다고 불만이다. 금융 허브의 꿈이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남겼다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이란 글이 있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중략)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부족하고,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소중한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중략)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수많은 감독 권한을 갖고 있어도 수양이 모자라면 안 된다. 칼을 들었더라도 잘못 휘두르면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기획검사나 기동검사 등으로 사전 사고예방에 나서기로 한 금융당국의 시야가 좁아져서도 안 된다. 나무도 봐야 하지만 숲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의 시스템은 편해졌다. 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와 감시시스템 업그레이드는 부족해 보인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내놨다. 711건에 달하는 규제를 개선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은 여전히 규제산업이다. 수천건의 규제가 존재한다. 규제가 많다고 금융회사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과감하고 폭넓게 네거티브 규제(특정한 것만 빼고 다 해도 된다는 식의 규제)로 바꿔 금융사의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
상시적인 감시시스템과 건전성 유도로 문제가 있는 금융사를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만난 금융인은 "싱가포르 금융당국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내가 시킨 것 외에 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여기는 자율에 맡기되 정해놓은 선을 넘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포지티브 규제 대신 네거티브 규제를 더 확대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란 의미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