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재능인가 노력인가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31 16:44

수정 2014.10.24 19:18

[여의나루] 재능인가 노력인가

최근 우리를 맥 빠지게 하는(?) 연구논문이 하나 발표됐다. 다름아닌 국제적 권위가 있는 '심리과학지(Intelligence)'에 발표된 잭 햄브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이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논문이 그것이다. 과학계의 해묵은 논쟁을 잠재울 수 있는 논문이라는 전언이다. 국내 언론에 소개된 뒤 반향도 만만치 않다.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연구 결과다. 소개에 따르면 인간은 노력에 의해 그 능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선천적 재능에 의해 지배된다는 결론이고 노력이 미치는 영향은 게임이 26%, 음악이 21%, 스포츠는 18%로 나타났으며 특히 학술분야에 있어서는 겨우 4% 정도라는 것이다.
그 동안 신드롬이 일었던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은 허구라고 정면으로 반박한 주장이다. 논문의 주장대로라면 지금 무언가에 열심인 우리에게 참으로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1993년 앤더스 에릭슨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와 랄프 크람페 등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음악가들의 연주 실력 차이에 관해 연주 실력은 연습량과 연주 시간에 비례한다는, 즉 연습량과 연주 시간이 많아질수록 연주 실력이 나아진다는 학설을 발표했다. 그후 추가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사람도 10년 또는 1만 시간의 집중적 연습 후라야 훌륭한 연주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이후 말콤 글래드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등이 '1만 시간의 법칙'을 옹호했다. 그런데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노력보다는 선천적 재능이 성공과 실패에 더 큰 영향을 준다니. 비록 그 주장이 아무리 실증적으로 연구된 것이라고 해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뛰어난 학자에 의해 이 논문이 방법론을 잘못 적용했거나 통계적 결과분석을 잘못한 연구라고 판정되기를 바라는 게 필자 혼자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우리가 가장 큰 가치라고 배우고 또 후학들에게 반드시 갖춰야 하는 덕목이라고 가르쳐온 열정, 비전, 도전정신 등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연구결과로 실증적인 의미를 상실했지만 우리는 노력한 사람에게 반드시 그 답을 준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따르고 싶다. 그래야 세상이 공평해지는 것 같고 선천적 재능은 없더라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보람이 있을 것 아닌가. KFC를 창립한 커넬 샌더슨은 1008번이나 거절을 당한 후 겨우 1호점을 내고 이후 크게 성공을 했고 발명왕 에디슨도 많은 성공이 있었지만 2000번 가까운 실패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가까이에도 노력의 대가가 있다. 엊그제 보란 듯이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류현진 선수가 12승을 달성했다. 해설자나 상대팀 감독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신무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집중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류현진 선수는 본래 오른손잡이다. 그는 오른쪽 타석에서 공을 친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오른손잡이를 버리고 왼손투수로, 그것도 보란 듯이 세계 최고의 피칭을 하는 걸 보면 노력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또 우리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성공한 강수진의 기형적으로 변한 발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 하며 그녀의 피나는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우리는 곧잘 조금의 실패에도 더 이상 도전할 의욕과 용기를 잃어버리곤 한다. 그때마다 선천적 재능이 없다고 탓을 할 건가. 그것은 단지 도전하지 않는 비겁함을 감추려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성공할 때까지, 실패나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정신이 타고난 조그만 재능보다는 우리의 삶에서 더 소중한 가치가 아니겠는가. 평형저울에 균형이 생긴 후엔 깃털 하나만 더하게 되더라도 기울게 돼 있다. 물잔을 넘치게 하는 것은 마지막 흘리는 한 방울의 땀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선천적 재능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노력보다는 더하지 않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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