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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조직 공용 보관·논문 공개로 윤리문제 해결해야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0 15:52

수정 2014.09.10 15:52

인체조직 공용 보관·논문 공개로 윤리문제 해결해야

#. A교수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한 후 2008년 논문을 제출했다. A교수는 2006년 B대학병원에서 의료원 산하인 C대학병원으로 옮겼다. 환자의 조직은 B대학병원에 있을 때 수집한 것이다. 하지만 논문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는 C병원에서 받았다. 논문의 IRB 번호는 무사히 받았다.

황우석 사태 이후 논문 대상자의 난자 채취에 대한 윤리 문제가 부각됐지만 여전히 인체유래물을 이용한 논문의 윤리 문제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제5장 인체유래물연구 및 인체유래물은행의 제 36조 1항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연구를 하려는 자는 인체유래물 연구를 하기 전 연구계획서에 대해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돼있다.

■병원마다 윤리기준 달라 혼란

이에 따라 논문에는 IRB 번호가 매겨지게 된다. 문제는 대학병원마다 IRB 기준이 다르고 평가방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또 각 병원에 있는 교수들이 심사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A교수 논문처럼 병원을 옮겨도 다른 병원 환자의 IRB를 무사히 받을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정책개발팀 백수진 팀장은 10일 "현재 IRB는 연구기관 단위로 검토해 환자의 동의서 첨부 여부 등을 받고 있다"며 "같은 대학 교수들이 IRB를 하므로 윤리 문제에 대해 비교적 쉽게 통과될 수 있지만 아직은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인체조직은 서면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생명윤리법 부칙(2012년) 2조(인체유래물 연구의 동의에 관한 경과조치)에 따르면 법 시행 전에 유전자연구 외의 인체유래물 연구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인체유래물에 대하여는 제37조제1항에 따른 서면동의 없이 계속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고 돼있다. 다만 이를 타인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서면동의를 받도록 했다.

■공용 인체유래물은행 관리

인체조직을 개인이 보관하기보다는 공용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윤리적 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2005년 이전에는 진단방법 등이 지금과 달라졌기 때문에 잘못된 환자정보가 넘어갈 수 있다"며 "동의서를 받지 않은 환자의 조직은 폐기하고, 현재 보유한 조직은 공용 인체유래물은행을 개설해 보관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인체유래물은행을 개설하거나 병원 내 공용 인체유래물은행 개설도 권장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천성모병원이 인체유래물은행을 개설했다. 인천성모병원 정용안 인체유래물은행장(핵의학과 교수)은 "인체유래물은행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면서 인체유래물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며 "인체유래물은 생명공학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의료기술과 신약을 개발하는 초석이 되고 있고, 앞으로 인체유래물의 중요성과 기대효과는 점차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특히 인체유래물을 획득.수집하는 과정에서 기증자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지 않고, 인체유래물을 질병 예방과 치료 등 보건의료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논문 IRB 투명하게 공개해야

연구논문 IRB는 원칙적으로 하나의 논문에 하나의 IRB를 받아야 한다. 또 IRB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만약 하나의 IRB를 받은 논문과 다른 IRB를 받은 논문 결과를 합쳐서 다른 연구 결과를 내려면 1년 안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이를 일일이 받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그냥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서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의 IRB를 가지고 다른 논문 2~3개를 작성해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각 대학병원 IRB도 논문수가 많기 때문에 자세히 검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시간에 20여편의 논문에 IRB를 하는 경우도 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지만 만약 국제 논문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IRB가 사용돼 이슈화됐다면 한국 논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국제적 망신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IRB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IRB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논문의 IRB를 인터넷에 공개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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