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지는 문재인에 뜨는 안희정' 親盧 대권후보 '지각변동'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8 10:44

수정 2014.09.18 10:44

"별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친노(親盧·친노무현)' 대권주자는 문재인일 것이다"

그런데 '별 다른 일'이 생겼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다. 문재인 의원의 무책임한 처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 비대위원장인 박영선 원내대표는 비대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문 의원에게 상당부분을 의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수 색채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기까지 박 원내대표는 문 의원과 상의했고 당내 비대위원 5인 중 한 명으로 문 의원을 내정하기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말리러 갔다가 동조 단식을 하며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지적이 나올 때에도 박 원내대표는 문 의원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의 신뢰가 깨지는 데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이 교수 영입설로 박 원내대표에게 화살이 집중될 당시 박 원내대표 측은 "문 의원이 동의했기 때문에 이 교수 영입을 추진한 것"이라 했지만 문 의원 측은 "이 교수를 비대위원으로 영입하는 것에 찬성했지만 비대위원장으로 영입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문 의원이 트위터에 "안경환·이상돈 두 교수님을 처음부터 같이 모셨으면, 또 당내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좀 매끄러웠으면 당 혁신과 외연확장에 도움이 됐을텐데 아쉽다"고 적은 것은 양측 갈등에 '화룡점정'이 됐다. 애초에 이 교수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려 했다는 박 원내대표의 주장을 또 한 번 엎은 것인 데다 가뜩이나 소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 원내대표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기름을 부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문 의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쪽은 박 원내대표뿐 아니다. 문 의원이 좌장을 맡고 있다는 친노도 마찬가지다. 친노 진영에선 문 의원의 '말바꾸기'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원조 친노'라 주장하는 조경태 의원은 "문 의원은 이제 더 이상 우리 당이 대통령 후보가 아니다. 초선의원으로서 의정활동에 전념해주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문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노 내에서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역학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별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문 의원이 친노의 대권주자다. 안 지사는 현재로선 많이 약하다"고 평했다. 정치권에서도 안 지사가 대권에 도전해야 할 시기를 2017년으로 점치는 쪽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파동 이후 안 지사의 위상은 급속도로 높아졌다. "지금 충남의 도지사로서 도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 안 지사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 지출 실시간 공개 : 효과와 확대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뒤 박 원내대표를 찾아 격려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선 안 지사를 차기 대권주자로 만들려는 세력을 초·재선 모임인 '더 좋은 미래'로 보는 시각이 있다. 대권주자들이 대부분 씽크탱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좋은 미래'가 올 연말에 출범시킬 연구소가 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 좋은 미래' 측은 "우리가 만들 연구소는 단순히 2017년 정권교체에 멈추지 않고 그 이후 집권하는 기간까지 내다보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연구소라는 건 대권주자라는 구심점이 있어야 굴러갈 수 있다"며 "사실상 안 지사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안 지사가 참석했던 토론회의 주최자인 박수현·홍종학 의원은 '더 좋은 미래' 소속이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