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알리바바 마술, 왜 우린 대박이 없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1 17:22

수정 2014.09.21 17:22

중국 벤처 알리바바가 '열려라 참깨' 같은 마술을 부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는 한방에 220억달러를 그러모아 미국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알리바바 주식은 공모가(68달러)를 크게 웃도는 93.8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시가총액은 2314억달러(약 241조원)에 달해 페이스북을 따돌리고 구글에 이어 정보기술(IT) 업종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시총도 멀찌감치 앞섰다.

알리바바 주주들도 대박을 터뜨렸다.
창업주 마윈(馬雲·50) 회장은 단박에 중국 최대 갑부가 됐다. 15년 전 50만위안(약 8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마 회장은 조(兆) 단위 부자가 됐다. 미국 검색업체 야후도 돈방석에 올랐다. 22.4%의 지분을 가진 야후는 이번에 일부 주식을 팔아 83억달러를 챙겼다. 야후는 나머지 4억주(16.3%)는 보유할 계획이다. 야후는 9년 전 '겨우' 10억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다.

또 다른 대박은 일본에서 터졌다. 손정의 회장이 경영하는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최대주주(32.4%)다. 하지만 이번 IPO에선 한 주도 내놓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미래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지분율은 19일 종가 기준 747억달러(약 78조원)에 해당한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 이듬해인 지난 2000년 불과 2000만달러를 투자해 14년 만에 수천배의 차익을 확보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하지만 혁신에 관한 한 여느 자본주의 국가보다 활력이 넘친다. 알리바바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뉴욕 월가에 당당히 입성한 게 좋은 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종주국답게 중국계 벤처에 천문학적 자금을 제공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일본 벤처신화를 쓴 소프트뱅크도 한몫 거들었다. 알리바바 대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중·일 3국 간 협력의 결과물이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소외됐다. 대박의 꿈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의 IT 붐은 '건전화'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활짝 꽃을 피우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은행더러 아무리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하라고 종용해도 별 소용이 없다. 원래 벤처금융은 은행의 영역이 아니다. 정부가 대기업의 협조 아래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벤처 혁신과 대기업은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 경제의 성공이자 인터넷의 성공, 중소기업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IPO로 번 돈은 고객들과 중기를 위해 사용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한국은 이 같은 선순환이 거의 작동을 멈췄다.
코스피와 통합된 코스닥은 벤처투자와 회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이런 환경에선 한국판 알리바바가 나올 수 없다.
대박의 꿈 없인 벤처도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