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주주들도 대박을 터뜨렸다. 창업주 마윈(馬雲·50) 회장은 단박에 중국 최대 갑부가 됐다. 15년 전 50만위안(약 8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마 회장은 조(兆) 단위 부자가 됐다. 미국 검색업체 야후도 돈방석에 올랐다. 22.4%의 지분을 가진 야후는 이번에 일부 주식을 팔아 83억달러를 챙겼다. 야후는 나머지 4억주(16.3%)는 보유할 계획이다. 야후는 9년 전 '겨우' 10억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다.
또 다른 대박은 일본에서 터졌다. 손정의 회장이 경영하는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최대주주(32.4%)다. 하지만 이번 IPO에선 한 주도 내놓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미래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지분율은 19일 종가 기준 747억달러(약 78조원)에 해당한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 이듬해인 지난 2000년 불과 2000만달러를 투자해 14년 만에 수천배의 차익을 확보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하지만 혁신에 관한 한 여느 자본주의 국가보다 활력이 넘친다. 알리바바가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뉴욕 월가에 당당히 입성한 게 좋은 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종주국답게 중국계 벤처에 천문학적 자금을 제공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일본 벤처신화를 쓴 소프트뱅크도 한몫 거들었다. 알리바바 대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중·일 3국 간 협력의 결과물이다.
한국은 이런 흐름에서 소외됐다. 대박의 꿈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00년대 초반의 IT 붐은 '건전화'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활짝 꽃을 피우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은행더러 아무리 기술금융 지원을 확대하라고 종용해도 별 소용이 없다. 원래 벤처금융은 은행의 영역이 아니다. 정부가 대기업의 협조 아래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벤처 혁신과 대기업은 물과 기름처럼 이질적이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 경제의 성공이자 인터넷의 성공, 중소기업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IPO로 번 돈은 고객들과 중기를 위해 사용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한국은 이 같은 선순환이 거의 작동을 멈췄다. 코스피와 통합된 코스닥은 벤처투자와 회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이런 환경에선 한국판 알리바바가 나올 수 없다. 대박의 꿈 없인 벤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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