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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스누피보다 키티를 좋아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2 16:54

수정 2014.09.22 22:29

나홀로족, 스누피보다 키티를 좋아해

#. 그룹 클래지콰이의 멤버인 호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 무무, 토란, 더덕의 사진을 공유하고, 고양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누리꾼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룹 투애니원의 산다라박도 고양이 다둥이와의 일상을 SNS에 올렸고,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처럼 반려동물로 개보다 고양이를 선택하는 애묘인(愛猫人)이 늘고 있다. 혼자 사는 2030세대의 증가와 청년층의 개인주의적 성향 등으로 개보다는 손이 덜 가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22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이하 검사본부)가 지난 2012년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반려고양이의 숫자는 총 115만8932마리로 추산됐다. 2006년 47만7510마리에 비해 6년 만에 2배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반려견의 숫자는 655만1206마리에서 439만7275마리로 3분의 1가량이나 줄었다.


코리아캣클럽의 신정진 회장은 "고양이는 한번 밥을 주면 알아서 먹는 자율 급식이 가능해 집을 2~3일 비워도 큰 문제가 없다"면서 "1~2인 가구와 노인 가구에도 적합한 반려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커져 가는 반려묘 산업

반려묘를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묘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와 더부살이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고양이만을 위한'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전용병원, 미용실 등을 보고 있자면 '개 팔자'뿐 아니라 '고양이 팔자도 상팔자'라는 말이 나온다.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은 그 단적인 예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백산동물병원은 그중에서도 대표 격. 반려견 진료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의 습성에 특화된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특징이다. 갓 태어난 고양이의 예방접종부터 성묘의 안과 시술 등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용 호텔과 미용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호텔의 경우 고양이와 강아지가 묵는 층을 나눠 철저히 고양이만을 위한 환경을 제공한다.

고양이만을 위한 전문 미용실도 생겨나 눈길을 끈다. 부산 대연동에 위치한 '묘하다'는 고양이만을 전문으로 미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엑스레이 등 종합 건강검진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시설 규모를 확장했다. 또 수익금 중 일부는 길고양이 보호 단체 후원에 사용된다. '묘하다'의 대표 김혜란씨(49)는 고양이 미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개보다 고양이의 피부가 얇고 약해 미용 시 섬세하게 가위를 대야 한다"며 "다른 병원과 같이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진정제만을 이용해 안전하게 고양이 미용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애묘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양이의 혈통을 관리하고 고양이 쇼를 주관하는 기관들도 생겨났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고양이협회(TICA)와 국제고양이애호가협회(CFA)가 대표적이다. CFA에 소속된 코리아캣클럽의 신정진 회장은 "고양이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양이를 요물이나 부정적인 동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고양이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서 주변 사람과 함게 코리아캣클럽을 조직했다"고 말했다.

■길냥이 돌보기 사업도

하지만 반려동물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늘면서 유기고양이나 길에 버려지는 고양이(길냥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유기고양이는 2008년 2만8264마리에서 2013년 3만4103마리로 증가했다.

이처럼 늘어나는 길고양이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 전기실에서 불이 나 아파트 단지 등 주변 건물이 잇따라 정전됐는데, 원인이 길고양이의 감전사였다. 이에 늘어나는 유기고양이와 길고양이의 수를 일정 수준까지 조절하는 대안으로 고양이 중성화수술(TNR)이 확산되고 있다.
TNR는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불임수술(Neuter)을 시킨 뒤 제자리에 방사(Return)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서울 강동구는 길냥이를 위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면서 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진행해 고양이 관련 악성 민원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미우캣보호협회 김미자 대표는 "무료 급식소 사업을 통해 길냥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이환주 기자 이병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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