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주유소 폐업비용 최소 1억5천만원.. 문도 못닫아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8 17:06

수정 2014.09.28 22:12

주유소 폐업비용 최소 1억5천만원.. 문도 못닫아

정유업계 불황과 경쟁 심화로 주유소업계 휴업사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대도시 근교는 물론 대도시 내에서도 상당수 주유소들이 영업을 포기한 채 사업장을 방치하면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주유소 업체들의 출구전략을 도울 관련법 개정과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 복구에 드는 재원조달 문제가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어서다. 정부 지원은 자칫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는 데다 폐업을 지원할 주유소공제조합 설립도 출자금 조달이 만만찮은 실정이다.

■주유소 휴업 역대 최고

28일 정부와 한국주유소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현재 전국 등록 주유소 수는 1만2998개로 전달(1만3014개)보다 16개 감소했다.

1만3000개 이하로 떨어진 건 지난 2008년 말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휴업주유소는 432개에 달한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7월 주유소 휴업률은 3.32%. 주유소 1000개당 33개가 개점휴업 중인 셈이다.

휴업 주유소는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 200개 이하에 머물렀지만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2010년 말 300개를 넘어섰다. 특히 정유업계가 불황기에 접어든 2011년 말에는 425개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말 393개로 잠시 주춤하더니 올 들어 400개 이상으로 다시 늘어났다. 휴업률 역시 2010년까지 2% 초반이었다가 2011년 들어 3%대로 진입한 이후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이처럼 휴업 주유소가 증가하는 건 일부 시설 개보수 공사 등도 있지만 대부분 막대한 폐업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버려지고 있어서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시절에 강도높은 기름값 규제에다 알뜰주유소, 셀프주유소를 등장시키면서 경쟁력을 잃은 주유소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하지만 시설 철거비와 토양정화비용 등 최소 1억5000만원 이상이 드는 폐업비용 때문에 문을 닫은 채 방치하는 주유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분별한 주유소 난립도 휴업사태의 원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빚까지 내서 창업하면서 한때 주유소가 1만4000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한 것도 경쟁력 악화의 요인"이라며 "현재 1만3000개 수준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7000~8000개가 적정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세금으로 폐업지원?

주유소협회와 업계는 정부만 쳐다보고 있다. 정부도 지난 19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시행하는 등 주유소 폐업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 시행령은 주유소 공제조합을 설립해 조합원 출자금과 정부 보조금 등의 재원으로 주유소 폐업 자금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주유소협회는 법 시행과 맞물려 지난 7월 주유소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세부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주유소협회 측은 연간 최대 200곳의 주유소를 대상으로 각 1억원의 폐업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폐업 지원 비용을 정부 50%, 조합 25%, 정유사 25%씩 분담하자는 게 협회의 제시안"이라며 "조만간 TF 검토안을 토대로 연구용역을 의뢰해 최종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폐업 지원 방안의 현실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정유사 관계자는 "협회안대로라면 한 해 200억원의 폐업 재원 중 100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자는 얘기"라며 "다른 자영업들과의 형평성 시비, 혈세 낭비 등 숱한 논란을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폐업 지원 방안 마련과 관련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며 "폐업 지원금 규모나 대상 등 구체적인 방안 마련은 물론 지원 시기조차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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