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저주받은 학생' 양산하는 아마추어 교육정책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9 17:22

수정 2014.09.29 22:21

[데스크칼럼] '저주받은 학생' 양산하는 아마추어 교육정책

'아마추어 교육정책'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가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는 고교 및 대입 관련 정책들에 대해 일선 교육현장에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한 '오락가락' 교육정책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마추어 교육정책'이 '저주받은 학생(학번)' 양산으로 이어질거라는 말도 나돈다. '저주받은 학번'은 격변하는 교육정책과 여러 환경 변화로 입시나 졸업 후 취업 등에 엄청난 고통을 받은 대학생을 일컫는다. 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94학번과 졸업연도에 외환위기(1997∼1999년)로 엄청난 취업난을 겪은 92∼94학번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원칙과 기본까지 흔들리는 잦은 교육정책 변화 탓에 '저주받은 학번'이라는 말이 고등학생들 입에서도 오르내린다.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현장의 강력한 반발에도 교육당국이 강행했다가 폐기된 이른바 '아니면 말고'식의 실패한 교육정책이 반복되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수능제도는 마치 '실험용'처럼 느껴질 정도다.

모든 대학과 고교, 학부모 등 교육현장의 반대목소리를 외면하고 2014학년도 수능에 도입된 수준별 시험제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면서 시행 3년 만에 전면 폐기하는 걸로 결정됐다. 시험횟수도 1994학년도 첫해에 두 번에서 이듬해부터는 한 차례로 다시 바뀌었고 1997학년도에는 전체 배점이 200점에서 400점으로 확대됐다가 2002학년도엔 총점 제도가 폐지되고 등급제로 바뀌었다. 2008학년도엔 수능 등급제가 시행됐다가 불과 1년 만에 폐지됐다. 2018학년도에는 영어 절대평가 전환이 추진되고 문·이과 교육과정이 통합된다. 2021년에 통합형 교육과정으로 수능을 치러야 하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부터는 한국사에다 문과나 이과를 가리지 않고 인문·사회·과학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겐 엄청난 학습 부담, 학부모에겐 사교육비 부담을 키워 '저주'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해는 쉬운 '물수능', 그 다음해에는 어려운 '불수능' 등 거의 해마다 반복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도 교육 현장을 '저주'로 내몰고 있다. 난이도 조절 실패, 특히 쉬운 수능(물수능) 예고는 재수생이나 반수생을 양산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고교정책의 최대 이슈인 자사고 정책도 폐지와 유지냐를 놓고 교육당국 간, 교육당국과 학부모 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학생들만 골탕먹고 있다. 자사고가 폐지되고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자사고 학생, 특히 현재 1∼2학년생들은 '저주'를 경험하게 된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수장이 바뀌었다고, 환경이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손바닥 뒤집듯이 근간을 흔들고 내용을 뜯어고치면 '저주'만 양산할 뿐이다. 교육당국자의 선택이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다소 뒤떨어져도 좋다. 원칙과 기본에 입각해 장기적 안목으로 멀리보고 뚝심있게 나가되 제도 변화가 필요할 때는 철저한 조사와 의견수렴 등 사전 검증을 거쳐 시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시스템 저변에 깔려있는 '불통'을 박근혜정부의 정책 이념인 정부3.0에 맞춰 '소통'으로 바꾸려는 교육당국자들의 자세 변화가 먼저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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