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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 갇힌 사람들] (1) 디지털의 역습, 가족과 일상을 좀먹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6 09:01

수정 2014.10.06 09:01

[디지털에 갇힌 사람들] (1) 디지털의 역습, 가족과 일상을 좀먹다

#. 서울 마포에 사는 워킹맘 주모씨(38)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집에서 쉬는 주말에 6세 된 딸아이를 돌보기가 피곤해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게 한 것이 화근이 된 것. 스마트폰을 쥐여준 횟수가 늘어나면서 언제부턴가 딸아이는 주씨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살다시피 할 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의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쓰고 운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아이 눈이 나빠지는 것도 걱정이지만 가족끼리 외출하거나 마트에 갈 때도 도무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려 하지 않는 딸아이의 행동을 두고 남편과 다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 디지털·인터넷에 대한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 게임을 모방한 범죄나 사이버상에서 일어난 감정싸움이 현실로 이어져 실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한편,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감정변화나 불안정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중독 현상을 보이는 집단의 60%가 10대와 20대 연령대로 나타나 장기적인 사회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편리함과 재미를 느끼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구체화되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10~54세 인터넷 이용자 중 인터넷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된 조사대상의 59.9%가 10~20대 연령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사용에 대한 금단 또는 내성 증상을 보이며 심리적 부담을 갖는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연령별로 10대가 31.6%, 20대가 28.3%를 차지했다. 30대가 19.5%의 비중을, 40대와 50대는 각각 11.3%, 3.9%에 그쳤다.

이 중 만 10~54세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서 31.7%가 최근 1년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어기거나 남을 속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스마트폰 '일반 사용자군'은 16.1% 정도만이 이 같은 경험이 있다고 답해 중독 위험군에서의 위험행동 경험 응답률이 일반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모바일 메신저 이용에 따른 가해 경험률도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의 경우 일반 사용자들에 비해 다소 높았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서 1.0%가 '음란물을 유포했다'고 답했으나 일반 사용자군은 0.5%였다. 원치 않은 접속을 통해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괴롭힘을 가하는 이른바 '사이버 왕따'를 가한 경우도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0.6%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일반 사용자군은 0.3%에 그쳤다.

이같이 비정상적인 상황으로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불안정한 감정상태가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이용자들 중 중독 위험군의 25.6%가 스스로 자신이 과민하거나 긴장이 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해 일반 사용자군(13.8%)에 비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2012년 인터넷 중독 실태결과를 보면 취학 전 유아들의 중독률이 2012년에 4.3%로 2011년의 3.6%보다 증가해 인터넷 중독 현상의 저연령화가 심각해졌다.


중앙대 위정현 교수는 "24시간 몸에 지닐 수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나오면서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디지털 중독 현상이 심해졌다"며 "당장 근본적인 대책은 없지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해외 사례 등을 참조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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