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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통신시장 지각변동 일으키나] (상) 중고폰 수요·중저가 요금제 가입 급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9 13:33

수정 2014.10.10 18:12

[단통법,통신시장 지각변동 일으키나] (상) 중고폰 수요·중저가 요금제 가입 급증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라는 법이 시행된 지 열흘이 됐다. 단통법은 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통신산업에 정부가 법률로 마케팅을 제한하는 것으로, 사실상 시장원리에는 어긋나는 법이다. 그러나 수년째 단말기와 서비스를 통틀어 이동통신 시장이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병들고 있어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 시행 열흘 만에 법률의 실효성을 따지기에는 시기상조다. 그러나 통신 시장의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반영하듯 단통법은 입법 과정에서부터 시행 직후까지 소비자와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 시행 초기에 벌어지고 있는 효과를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국내 이동 통신시장 소비 문화가 변하고 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열흘, 벌써부터 국내 이동 통신시장에서는 △중고폰 개통 증가 △50만원 미만 저가 단말기 증가 △저가요금제 선택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국내 통신 소비 문화에 적지 않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들의 최신상 프리미엄폰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프리미엄 휴대폰 값의 절반에 살 수 있는 중저가 폰이나 중고폰은 국내시장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서비스 요금 역시 소비자가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는 저가 요금제를 선택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무제한 음성통화·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는 5만~6만원대의 고가 요금제가 주류였던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과소비를 걱정할 만큼 최신상 휴대폰과 최고 요금제만 좋아하던 통신 소비자가 소비 패턴에 맞춘 현명한 소비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장롱폰' 빛 보는 시대

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이동통신 3사의 하루 평균 중고폰 개통은 4800건. 단통법 시행 직전인 9월의 하루평균 2900건에 비해 63.4% 늘었다.

이는 단통법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기로 휴대폰 보조금에 상응하는 통신요금 12%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약 60만~100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가 매월 약정이 만료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중고폰을 개통하는 가입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의 라이프사이클은 2년가량으로 본다. 국내 소비자가 보통 2년 약정으로 개통한 뒤 새 휴대폰으로 교체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사용 뒤에도 기능에 손색이 없는 휴대폰들은 각 가정의 장롱에서 잠들거나 중고폰으로 유통된다.

단통법 시행 전 중고폰은 주로 중국이나 인도 등지로 헐값에 팔려가는 사례가 다반사였지만 단통법으로 '장롱폰'들이 빛을 보게 된 셈이다.

그만큼 통신산업에서 발생하는 자원낭비 논란도 줄게 됐다.

중고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고폰 가격도 소폭 상승 중이다. 갤럭시S4 중고폰은 지난 6월 17만~18만원대에 거래되던 것이 최근 21만원대까지 올랐고, 중고 갤럭시노트2 가격 역시 13만~14만원대에서 18만원대로 올라 귀한 몸이 됐다.

중고폰과 함께 저가 단말기 수요도 늘고 있다.

A이동통신사는 50만원 미만 단말기 판매 비중이 9월 18.82%에서 10월 21.78%로 115.78% 늘었다. 최근 잘 팔리는 최신 중저가 단말기로는 지난달 출시한 LG와인 스마트폰과 지난 3월 출시한 갤럭시 그랜드 2 LTE A가 있다.

■무제한만 가입하던 시대 '끝'

서비스 요금에서도 중저가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실제 단통법 시행 후 7일과 직전 달을 비교해보면 중저가 요금제인 2만~4만원대 요금제와 5만~7만원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은 9월에 비해 증가한 반면 8만원 요금제 이상 가입자는 감소했다.

먼저 2만~4만원대 요금제는 9월 평균 31% 가입 비중을 보였는데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일에는 37.5%, 2일 43.4%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7일에는 전체 요금제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47.7%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8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는 소폭 줄고 있다.
9월 평균 27.1% 비중을 차지하던 8만원대 요금제는 지난 1일 9.3%로 급감했으며 7일에는 전체 요금제 중 소비자가 찾는 비중이 8.5%에 머물렀다.

이제까지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해야 단말기 지원금이나 부가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데 반해 이제는 어떠한 요금제를 선택하든 동일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자신의 통신소비 패턴에 맞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6만원대 미만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9월 34.1%에서 10월 49%로 한 달 새 급증했다"며 "우리나라는 휴대폰 교체주기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를 뿐 아니라 가계소비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단통법 시행으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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