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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단통법, 냉정하게 계산해 보면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12 12:28

수정 2014.10.12 17:05

[현장클릭] 단통법, 냉정하게 계산해 보면

아이가 열인 가난한 부모는 늘 돈이 모자란다. 어쩌다 쥐꼬리 월급이라도 받으면 아이들 학비 나눠주는 데 고민이다. 모자란 돈을 열 아이에게 나눠줘 모두 부족하게라도 학교에 보내야 할까? 장남을 비롯한 서너명만 집중적으로 가르칠 것인가?

선택의 문제다.

적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요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얘기다.

이동통신 회사가 휴대폰 보조금으로 쓸 수 있는 비용은 사실 늘 정해져 있다. 마케팅이 필요할 때 순간적으로는 주머니를 모두 털어내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아예 주머니를 닫아버리기도 한다.


주머니를 몽땅 털어내는 그 순간 이동통신 회사들은 늘 장남과 서너명의 아이로 비유한 일부 가입자에게 보조금을 나눠줬다. 그들은 이동통신 회사를 자주 옮겨다니는 메뚜기 가입자다.

10월 1일 발효된 단통법은 그것을 금지했다. 부족하더라도 5000만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모두에게 보조금이나 요금할인이라는 방식으로 이동통신 회사의 마케팅비를 고르게 나눠주라는 게 단통법이다.

물론 단통법이 생기기 전 50만~60만원 이상 보조금을 받던 일부 가입자는 화가 날 법도 하겠다. 10만원 남짓 보조금으로 속이 안찰 테니…. 그러나 이렇게 화가 날 법한 과거 수혜자들은 어림잡아 한번에 100만명 선이다.

국회 일부와 일부 언론이 과거 온라인 정보를 신속하게 얻어 보조금 혜택을 봤던 메뚜기 가입자들의 화풀이를 단통법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5000만 가입자 모두에게 50만~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대책이 있으면 단통법 불만의 목소리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100만의 일시적 보조금 수혜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4900만 이동통신 소비자는 학비 한 푼 못 받는 버림받은 아이가 돼야 하는 걸까?

그래서 단통법에 대한 불만을 키우는 목소리가 누구에게 득이 되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애초에 마케팅을 제한하는 단통법 만들기를 막지 않았으니.

법이 시행된 지 이제 갓 열흘 남짓 됐다.
법의 효과와 개선점을 말할 수는 있지만 조금은 더 냉정하게 효과를 지켜봤으면 한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시행 열흘 만에 개정되기를 바라기도 쉽지 않다.


법의 효과가 제대로 드러나는 것을 꼼꼼히 따지고, 개선점을 냉정하게 계산하는 게 현명한 소비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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