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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영 파나쉬 대표 "디자인에 스토리를 담아 감성 표현"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16 14:32

수정 2014.10.16 18:15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주얼리업체 파나쉬의 차선영 대표(32·사진)에게 '주얼리 디자이너'는 천직이다. 어렸을 때부터 구슬을 끼워서 목걸이를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었고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서울예고 재학 시절 막연히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공예가 좋아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이화여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차 대표가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실력을 꽃피우기 시작한 것은 영국 세인트마틴예술대학에서 공부할 때였다. 지난 2003년 '브리티시 아트메달 공모전'에서 2위를 했고, 그 작품이 2년 후 대영박물관에 소장됐다.


2007년 한국에 돌아와 국내 유명 주얼리 디자인회사에서 2년가량 일했지만 '나만의 브랜드를 갖고 싶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차 대표는 2009년 '파나쉬'를 론칭하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신세계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국내 유명 백화점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파나쉬의 주얼리를 만날 수 있다.

'투구 위의 깃털 장식'을 의미하는 파나쉬는 30∼60대의 넓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인브랜드 '파인쥬얼리'와 20∼40대가 주요 타깃인 세컨드브랜드 '피 바이 파나쉬'로 나뉜다. 차 대표는 "위엄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중세 갑옷과 투구의 장식적 디테일이 영감의 원천인 만큼 강인하면서도 로맨틱한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에서 '스토리텔링'을 중요시한다. 그는 "고객이 리세팅을 위해 가져오는 보석 중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저마다 숨은 이야기가 하나씩은 있다"며 "'디자인에 이야기를 입힌다'는 생각으로 영화나 책 등에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에서 주로 영감을 얻곤 한다"고 말했다.

차 대표가 내세우는 파나쉬의 장점은 디자인의 독특함과 섬세한 세공이다. 그는 "고가의 천연 보석으로 만들어지는 파인주얼리는 디자인이 뻔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보수적 디자인의 한계를 넘어 참신한 디자인을 구현하려 애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피제품이 나올 때는 정말 속이 상한다. 특히 카피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원래 제품보다 잘 팔리는 경우도 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공들여 힘들게 만들었는데 누군가 디자인을 베껴서 조악한 품질에 헐값으로 판매하는 걸 보면 울화가 치민다"며 "디자인을 등록해 보호받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디테일을 조금 바꾸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지난해 '피카소에서 제프쿤스까지' 전시회를 통해 발레리나 김주원, 모델 송경아, 배우 클라라, 영화감독 김지운, 의상디자이너 노라노 등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아트주얼리로 표현, 눈길을 끌었다. 주얼리 디자이너들의 프로젝트 그룹인 '더 쇼케이스랩' 멤버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에서는 주인공이 만드는 모든 보석 디자인을 차 대표가 맡기도 했다. 당시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프러포즈할 때 줬던 팔찌 '실버라이닝'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에서 제품을 선보인 덕택에 1년여 전부터는 매장에 중국 고객의 발길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뉴욕의 유명 쇼룸에서 입점 제안이 오기도 했으나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거절했다.
'자칫 구색 맞추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중국의 여러 온라인숍에서 제의가 들어왔다"며 "내년부터 중국·미국 등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차 대표는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보석 디자인' '파나쉬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꿈'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최고였다"면서 "더욱 좋은 디자인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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