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전자 벗어나자" SDI·전기 '홀로서기'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19 14:56

수정 2014.10.19 16:53

삼성그룹 정보기술(IT)사업의 후방기지를 맡고 있는 삼성SDI.삼성전기가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로 '탈 삼성전자'에 나섰다. 양사의 사업 핵심 축이 휴대폰, PC, 반도체 등 정통 IT제품군의 부품사업에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장용부품 등 '논(Non) IT(비 정보기술)'로 방향을 틀면서 맏형 격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비중을 낮추고 있어서다. 삼성SDI는 반년 새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10%포인트가량 줄었고, 삼성전기는 본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대규모 투자재원 마련 등을 통해 삼성전자 우산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실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력성장 자양분 축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성장사업 속도전 돌입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4분기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실적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삼성전기는 적자전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사 모두 삼성전자 실적악화 후폭풍 지대에 있지만, 다소 기류가 다른 것은 신성장사업의 성과 때문이다.

삼성SDI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배터리 사업은 전기차뿐 아니라 골프카트·청소기·전기자전거(E-bike)용으로 영역을 확대해 매출 기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배터리사업을 포함한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공장가동률은 올해 6월 말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77%보다 높은 가동률로 현추세라면 연말에는 80%대 중후반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전동공구와 ESS도 폭발적인 성장세에 진입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삼성SDI는 독일 보쉬, 미국 SB&D와 TTI 등 세계 주요 전동공구 메이저들을 적극 공략해 일본 시장조사기관 'B3' 기준으로 2·4분기에 전동공구 세계 시장점유율 50.1%를 기록했다. 명실공히 전동공구 세계 1위 업체다.

전기차 배터리와 ESS의 2·4분기 매출은 900억원으로 1·4분기 290억원보다 210.3% 급증하는 등 미래 먹거리로 드라이브를 건 논 IT사업들이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주력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전후방카메라모듈을 전장용부품으로 개발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MLCC 등 LCR(칩부품)부문의 공장가동률이 지난해 말 85%에서 올해 6월 말 99%로 치솟은 것도 주력 부품의 맞춤형 개발에 성공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차량용 무선충전기 개발이 마무리단계에 들어서 연말 이후 매출 가시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해당 사업들이 초석을 다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먹거리사업으로 정착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홀로서기 잰걸음

양사의 이 같은 독자노선 행보는 매출처 다변화와 함께 삼성전자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소형전지부문의 경우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지난해 말 50%에 육박했지만, 올해 3·4분기에는 40%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니치콘에 1조원 규모의 가정용 ESS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규모 수주 낭보가 잇따르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매출 비중은 지난해 이후 2년 연속 5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3·4분기 실적 잿빛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사업에 시동이 걸리고, 보유한 삼성SDS의 지분(7.88%)은 홀로서기의 시드머니(종잣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영향력이 감소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다음 달 삼성SDS 상장전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할 예정으로 약 1조원 규모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삼성SDS 지분매각 대금은 신성장사업에 대한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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