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파장, 은행 차입금 5000억원 달해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2 14:38

수정 2014.10.22 17:32

매출 1조클럽에 가입했던 모뉴엘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기업이 쓰러진 것 자체가 충격인 데다 자회사인 잘만테크가 모뉴엘이 지분 60%를 갖고 있는 상장사인 만큼 협력사 및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매출 1조기업 법정관리 신청 왜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은 지난해 매출액 1조2737억원, 영업이익 1104억원을 기록해 비교적 견실한 업체로 평가받았다.

지난 2004년 창업한 모뉴엘은 해외에서 '홈시어터 PC'로 잘 알려졌다. 특히 2007년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았던 빌 게이츠가 "한국의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말해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모뉴엘은 8년 연속 CES에 참가하며 중견 가전업체로는 이례적으로 대형 단독 부스를 마련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매출도 가파르게 신장했다. 지난 2007년 24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조2737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채권은행에 수출 채권을 갚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모뉴엘의 수출 비중은 80% 이상이다.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해외 수출 규모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공 매출을 일으켰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 갈등도 있었다. 모뉴엘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은 지난달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부사장은 지난 7월 단행된 조직 개편에서 박홍석 모뉴엘 대표와 마찰을 빚다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부사장은 지난 2004년 아하닉스를 창업해 현재 모뉴엘의 기틀을 다졌다. 이후 원 부사장이 삼성전자 출신인 박 대표를 영입해 해외 영업과 경영 전반을 맡겼다. 현재 지분 구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박 대표가 94.7%로 가장 높다.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도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해 내놓은 로봇청소기 '클링클링'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탤런트를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 마케팅을 했지만 효과는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투자자 및 협력사 피해 우려

모뉴엘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 신청을 하면서 금융사뿐 아니라 모뉴엘에 부품을 공급하던 협력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게다가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투자자의 손실도 우려된다. 모뉴엘은 잘만테크 지분 60.28%를 보유하고 있다.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진 이날 잘만테크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협력사 피해규모는 얼마나 될지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뉴엘이 그동안 연구개발(R&D)에 집중한 반면, 몸집을 가볍게 하기 위해 주문자생산방식(OEM)을 유지한 만큼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뉴엘은 매출 규모가 크고 협력업체가 많은 만큼, 법원이 압류를 금지하는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법정관리까지 갈 줄은 몰랐다"면서 "부품업체 등 추가 피해가 얼마나 파장을 일으킬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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