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중공업發 구조조정 조선업계 전체로 확산 예고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2 15:30

수정 2014.10.22 21:54

조선업계에 조직개편 파고가 크게 일고 있다. 실적악화와 극심한 수주가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더해지면서 조직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선두에서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 기업은 조선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2일 현재 7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하되 본부 아래 부문 단위를 기존 58개에서 45개로 22% 축소시키는 조직개편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그룹 내 전체 부서도 432개에서 406개로 감축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에 대한 사업조정 작업, 공정 및 작업 환경개선을 위한 생산현장의 혁신 작업 등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2.4분기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이달 말 발표 예정인 3·4분기 실적도 수백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올 1월부터 9월까지 누계 수주액이 163억5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19% 감소한 상태다. 수주가 줄었다는 것은 향후 2~3년 뒤에 건조할 선박, 즉 일감 축소를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이 조직개편은 조직 통폐합을 통한 원가절감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조직 통폐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영업 강화를 위해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 3사의 영업조직을 통합한 '선박영업본부'를 출범한다.

이에 따라 울산에 있는 현대미포조선 선박영업부와 기본설계부가 서울 계동사옥으로 이전해 합류할 예정이다.

또한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기능을 통합해 '기획실'을 재정비한다. 현대중공업은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상무를 그룹의 체질개선을 진두지휘할 기획실로 전진 배치했다.

기획실은 기획팀, 재무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 윤리경영팀, 준법경영팀, 자산운영팀 등 7개 팀으로 구성됐고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획 및 조정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해외 법인도 통합된다. 현재 조선 3사는 해외에 25개 법인과 21개 지사 등 46개 해외조직을 두고 있는데 이 중 사업성과가 낮은 법인과 지사는 통합해 효율적인 운영을 한다는 방침이다.

조선업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잇따라 발표하자 긴장하고 있는 곳은 바로 2위와 3위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다. 두 기업 모두 올해 초부터 인력감축 등의 루머로 몸살을 앓았지만 조직개편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올 초 실적악화 등으로 경영진단을 받아온 삼성중공업은 임원급 인사를 포함한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 등 대규모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에선 임직원 수백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올 연말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이 과정에서 조직개편도 동시에 단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조직을 개편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조선업계 중 가장 일찍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해 조직개편에 한발 물러서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돌고 있어 대우조선해양도 대규모 인력 감축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현대중공업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개표 결과 쟁의행위 가결요건인 총재적조합원(1만7906명)의 절반이 넘는 55.9%가 찬성, 파업이 결의됐다. 당장의 파업 돌입은 없겠지만 노조가 유리한 협상카드를 쥐게 된 셈이다.


이에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원만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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