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메릴린치 사태는, KIC의 비정상적 지배구조가 만든 것

김문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3 08:47

수정 2014.10.23 08:47

메릴린치 사태는 한국투자공사(KIC)의 비정상적 지배구조가 만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23일 "1조원의 국부 손실을 본 메릴린치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이다"며 "CEO가 공사의 투자 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갖게 된다면 더욱 효율적인 운용 체계로 더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 밝혔다.

KIC의 지배구조는 운영위원회와 이사회의 병립구조다.

운영위원회는 △중장기 투자정책 △공사업무의 기본방침 △자신위탁에 관한 사항 등 실질적으로 공사의 운영과 자산운용에 대한 것을 심의·의결한다. 이사회는 △예비비 사용 및 예산 이월 △ 규정의 제·개정 및 폐지 등을 의결한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기금의 관리 및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 체계는 국민연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금의 운용계획을 비롯한 성과평가 등의 주요 사안은 근로자 대표·지역가입자 대표·사용자 대표, 유관 정부기관 등이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기금의 관리·운용 사업을 관장하되 그에 따른 업무를 공단에 위탁하여 투자 전문가로 이루어진 기금운용본부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Temasek(테마섹)도 싱가포르 회사법에 의거한 민간기관으로 투자관련 최고 의사결정은 11인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전담한다. 출자자인 정부는 매년 정례회의를 통해 전략적 협조를 추구하지만, 투자의사 결정 및 집행은 철저하게 모두 CEO와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 하에 움직인다.
이사 선임에 대해 이사회 추천에 따른 재무부 장관과 대통령 동의사항으로 규정하지만 대통령이나 정부가 개별투자나 기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한편 지난 2008년, 한국투자공사는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에 우리 돈으로 2조원을 투자했다가 1조원 대 손실을 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8년 1월 4일 제30차 운영위원회 회의록에는 운영위원들 대부분이 위험한 투자라며 반대 입장 표명했지만 조인강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심의관이 정회를 요청했고, 15분 뒤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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