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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경제성장률 괜찮은가요"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4 18:03

수정 2014.10.24 18:03

[월드리포트] "중국 경제성장률 괜찮은가요"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괜찮은 것인가요.'

중국 수도인 베이징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정·재계 인사나 학계, 전문가는 이 같은 질문을 특파원들에게 던지곤 한다.

외신들이 하루가 멀다고 중국의 부동산 경기침체와 성장률 둔화로 중국 경제의 버블(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이 같은 질문을 하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외부의 호들갑에 비해 기자가 느끼는 중국 내 분위기는 너무나 조용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중국 내 분위기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급속한 발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통제국가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국민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좀 더 내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중국 지도부가 보여주기 식의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위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일관되게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5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7.3%를 기록하면서 올해 중국 정부의 성장목표(7.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중국 경제의 침체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나아가 미국, 유럽 등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때부터 나왔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인대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는 7.5%가량"이라며 "이보다 낮아질 수도 있고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해 성장률이 7.5%에 미치지 못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역대 중국 정부 지도자들은 대부분 전인대에서 성장목표를 발표한 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보다 높은 성장률를 달성했기 때문에 리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리 총리는 "우리가 (성장률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은 국민의 생활지수로 구직이 없으면 수입도 없다"면서 "매년 도시에서 1000만명 이상의 취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고용안정을 위한 성장률 하한선을 7.2%로 제시했다. 결국 일자리 목표가 달성되면 성장률이 7.2%까지 하락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리 총리는 올 들어 최악의 실적이 나온 3·4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에도 "중국 경제가 여전히 합리적 구간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구조개선작업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정부는 성장률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경제 구조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것만이 중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리커창 총리가 베이징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 지도교수였던 리이닝 베이징대 광화학원 명예원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올해 성장률이 6.5~7.0%를 기록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리 원장은 맹목적 초고속 성장으로 저효율, 생산과잉 등이 발생하고 구조개혁의 최적기도 놓치는 등 중국 경제에 오히려 좋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경제구조 개혁을 1순위에 놓지 않는다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제1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오는 2016년부터 성장률 목표 대신 예측치를 구간으로 발표함으로써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자고 제안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최근 한국에서 베이징을 방문한 한 인사는 기자에게 세계의 영향력 있는 언론과 기관들이 중국의 성장률 하락과 경착륙을 우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중국 지도부는 이렇게 침착하게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이면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한국의 경제정책과 지지부진한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음을 한국 정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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