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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한반도 통일,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6 16:59

수정 2014.10.26 16:59

[차관칼럼] 한반도 통일,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내년은 남북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분단 70년의 의미가 우리에게 매우 무겁게 다가온다. 분단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의 통일 동력은 소진되어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반도 인구의 90% 이상이 분단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통일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지만 통일과정에서의 비용과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의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가지고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민들에게 통일이 가져오는 혜택, 편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비단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북한주민들에게도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 통일은 서독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결국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한 결과다.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선택한 이유는 통일에 따른 구체적 편익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이든 북이든 한반도에 사는 국민들에게 통일이 가져오는 혜택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을 때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또한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한반도 통일이 자신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고 이익이 된다고 판단할 때 국제사회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돼가는 과정, 즉 통일은 탄력을 잃고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기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투자자들은 통일이 가져오는 경제적 활력에 큰 관심을 갖는다. 평화통일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뉴프론티어(new frontier)'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남북관계의 특수성, 상이한 정치경제체제와 정치군사적 신뢰부족 그리고 현격한 경제격차 등을 고려할 때,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통일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반도 통일은 정치적 요소를 배제한 단계적이고 점진적이며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장기간에 걸쳐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을 지향'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점진적이고 평화적으로 달성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이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정상화하고 교류협력을 심화하여 경제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정치통일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동력은 결국 남북한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에서 비롯된다.

통일한국은 잘 준비된 통합정책을 바탕으로 한국의 자본 기술력과 북한의 자원 노동력, 그리고 해외투자가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다면 인구 8000만에 세계 7위 규모의 경제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골드만삭스는 2050년 통일한국의 국민소득이 8만달러를 상회해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반면, 만일 우리가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국경제의 국제적 위상은 15위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통일의 순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가운데 갑자기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하는 철저한 준비 하나하나가 통일비용을 줄이고 통일대박으로 이끌 수 있는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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